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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나무의 자서전
  • 입상자명 : 서상규
  • 입상회차 : 17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나무로 뿌리내린 가계를 펼친다
나이테에 갈피를 접은 자서전으로
눈, 비, 구름, 바람의 자음을
햇빛의 모음으로 품은 글자들.
잎이 광합성에 쏟는 땀방울로
한 땀 한 자 새긴 문장을 읽는다
처마가 응달로 기운 살림에
첫 새벽을 깨는 새소리에 일어나
한 뙈기만한 허공을 일군다
힘줄로 가지를 뻗은 손아귀에
굳은살로 단단히 옹이가 박히는
생의 내력에서 열매를 읽는다
땡볕 속 혈맥을 달구는 문맥에
녹음 짙푸르게 가난을 일으켜
나뭇결 겹겹이 페이지를 채운
큰 나무로 우뚝 선 아버지.
등 굽은 줄기를 곧고 바른 의지로
물관 속 굳센 뼈대를 세워
척박한 땅에서 결실의 때를 맞는다
단풍으로 따스한 지붕을 올리고
둥글고 충만하게 영근 과실로
마지막 책장을 등불인 양 밝힌다
순한 귀를 귀납법에 드리우고
밤하늘에 하얗게 센 별빛으로
우듬지 위에 끝말을 맺는다
아버지가 쓴 오자 없는 자서전을
새 길에 목판본처럼 탁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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