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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나이테
  • 입상자명 : 최재영
  • 입상회차 : 17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나이테

최재영

잘려진 나무를 읽는다
분주했던 시절들을 기억하는지
선명한 경계사이
부풀어 오른 물관이 입술처럼, 붉다
남쪽으로 기울어진 동심원은
따뜻한 생각만으로도 잎을 틔우는 중이다
밤새 별들이 머물다 가는 자리
아침이면 신생의 이슬방울들 모여들어
온 우주를 가만히 불러 들였으리
밤낮없이 당신의 생을 접촉하느라
어느 지점 등고선이 급격히 휘어지고
거기 어디쯤 둥지를 틀었던
새들의 족적도 역력한데,
북으로 가는 길이었을까
다급한 무늬들의 간격으로 폭설이 휘날린다
변방으로 내달리는 서늘한 결의처럼
나무들의 행간이 촘촘해지고
다시, 뜨거운 한 생을 휘돌아나가는 나이테
나무는 죽어서도 생장을 멈추지 않는다
숲은 경건한 침묵으로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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