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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하늘과 땅만이 만들어 내었던 긴 역사의 조화로움
  • 입상자명 : 한사라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솜털 같은 구름. 잔잔하고 맑은 물결과 기막히게 어우러져 있는 저 먼 곳에 보이는 푸르디 푸른 산을 볼 때면 멀미에 지친 차 안에서의 갈증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금새 해소되는 듯한 상쾌한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것이 미숙하나마 내가 본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이었고, 감탄하며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나를 보고 부끄러움에 스리슬쩍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 주던, 마치 갓 시집 온 새색시인 양 조신하게 아름다움을 내뿜는 모습은 가히 하늘의 작품이었으며 땅의 신비였다. 먼발치에서 산을 바라보면 어떤 아름다운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한 겉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하였으며, 어떤 평화로운 말로도 도무지 표현할 수 없을 만한 한없이 부드러운 산의 곡선이었다. 그런 신비스러운 자연의 섭리가 더욱 궁금하여 산 안으로 가만히 한 발짝 내딛으면 너무나도 상쾌하고 싱그러운 공기에 어느 누구라도 잠시 동안은 넋이 나간 채로 나무들의 향 내음을 맡으며 몸과 마음으로 산을 느껴 본다. 현대 사회에서 겪는 갖은 스트레스와 힘든 역경 속의 감정 섞인 말들을 온몸으로 받아 주고 더불어 맑은 공기로써 한결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마음 넓은 대한민국의 산림들은 어느 강대국의 높고 멋진 산들보다 우리를 감싸 주고 있었다. 마치 친구와 싸워, 울면서 들어오는 나를 어느 누구보다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나의… 어머니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이와 같은 숲의 고마움, 산의 편안함, 그리고 산림의 소중함을 도무지 알지 못하는 듯싶어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나 역시 찌든 인스턴트적인 생각, 고정 관념, 기계적인 일상에 생활화되어 있어서 산림이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들을 알지 못하였고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았다. 또한 가족들이 함께 뒷산에 오르자고 하면 별의별 핑계를 다 대며 떼를 써서 끝내 나로 인해 나무들이 또 한 번 섭섭해하는 산의 뒷모습조차 눈감아 버렸던 진정 어리석고 잔인한 나였었다. 그러던 내가 산이 주는 고마움과 신기함을 알아 버렸던, 그날은 이상하리 만치 맑고 푸른 하계 방학 휴가 때였다.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정겹게 살았어야 했던 평안한 가정의 모습은 내가 중학생이 된 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지으시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아버지는 내가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가족을 위해 직장에 다니시고, 어머니께서는 그런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기에도 바쁘고, 이제 갓 중학생이 된 나의 교육에도 힘드셔서 한시라도 마음을 놓으실 수가 없으신 듯하였다. 어쨌든 이번 하계 방학의 휴가는 우리 온 가족이 모여 정겨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므로 1분 1초가 아깝기만 하였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충청북도 속리산이었고, 속리산에서 가장 높다는 천황봉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무척 오랜만에 만났던 가족이었기에 숙소에서 쉬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함께 올랐다. 물론 울창한 숲과 산길에서 풍겼던 싱그러운 솔내음도 머릿속을 맑게 해주었으나,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있을 때, 경사가 급할 때마다 내 앞으로 다가온 아버지의 거친 손은 땀과 함께 피어난 서로의 미소로써 이미 속리산의 전경은 아름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아마 그때부터 산에 대한 싫증은 사라지고 있었을지도……. 어쨌든 우리는 함께 산의 정상에 올랐다. 내 눈앞에 펼쳐진 파도처럼 일렁이는 수십 개의 봉우리는 참으로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조그마한 입가에는 함박꽃이 피어 있었다. 그때 나를 지켜 주기 위해 바위를 먼저 내려가던 아버지께서 발을 헛딛으셨는지 미끄러져서 큰 상처를 입으셨다. 그때 내 눈에서 흐르는 작은 이슬방울을 아버지가 보지 못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쑥을 따다가 짓이겨서 상처 부위에 바를 땐 정작 다치신 아버지보다 문질러 주는 내 가슴이 더 미어지는 듯하였다. 또한 이것이 사랑이구나. 가족간의 사랑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이제야 느끼는 나에 대한 후회 막심한 생각이 뇌리에서 스치기도 하였다. 그리고 왠지 그날 이후로 아버지와 나의 통화 시간은 전보다 더 길어짐을 느꼈다. 다른 친구들이 느낄 만한 무능력한 아버지, 다른 아버지보다 더 못난 아버지, 부끄러운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가족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가끔은 아버지 걱정도 해주는 어쩐지 조금은 자랑스럽고 진정 막내딸다운 나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나는 산림이 주는 소중함, 산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이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감동적인 아버지,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은 산림이 나에게 주는 또 하나의 멋진 선물이었다. 서로 손을 맞잡고 정상을 향해 끌어 주고 밀어 주며 구슬땀을 흘리는 그 하나하나의 모습마저도 산림이 내게 주는 감동적인 순간임을 그때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이토록 산림이라는 단순한 한국의 일부분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주고, 신선한 공기를 주고, 갖은 자연 재해를 힘을 다해 막아 주며, 상쾌한 솔 내음을 맡으면서 잠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든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토록 중요한 산림을 훼손시키고 있다. 며칠 전에 일어났던 예상치 못한 루사라는 이름을 가진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쁜 복구 작업에 힘쓰고 있다. 그나마 해안가 쪽에 태풍이 정착해서 빗물이 바다로 몰렸기 때문에 차라리 다행이라고들 말한다. 만약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내륙 지방에 태풍이 들이닥친다면 이거 정말 큰일 날 일이다. 이러한 피해들이 예전에 없었던 까닭은 물론 공해 없는 세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산림을 절대적으로 보호했기 때문이다. 훼손시키기는커녕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노력하던 옛모습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었었다. ‘자연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반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골프장을 건설한다는 둥, 나무를 베어서 공예를 한다는 둥……. 이런 부질없고 초현대적인 생각들 때문에 애꿎은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산이 좋답시고 함부로 신선한 자연을 만지고, 쓰레기를 버리고, 자그마한 불씨로 수백,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을 대한민국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을 울창한 산림을 단 한 번에 태워 버리는 등 전혀 우리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나라에 있는 산들은 우리의 것이지만 우리의 것이 아니다. 드나듦이 쉽고 언제나 나를 반겨 주는 마음 착한 산림이기에 우리가 산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나 혼자만이 이용하고 오로지 나만 반겨 주는 산이 아닌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반겨 줘야 하는 산림이기 때문에 또한 무작정 우리의 것이라고 하기엔 불분명하다. 앞서 말했듯이 자연은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반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 두어야겠다. 나와 여러 사람들이 산림에 대한 고마움을 언제나 잊지 않고 작은 봉투를 들고 가서 쓰레기를 줍는 등, 산을 진정 사랑하는 태도를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보여야 할 것이다. 산은 우리를 사랑한다. 나뿐만이 아닌 나의 부모님도 사랑했고, 나의 조부모님도 사랑했던, 주는 것을 아끼지 않는 숲이었다. 또한 그 울창하고 넓은 산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내 아들딸, 나의 손주들도 사랑해 줄 것이다. ‘자연은 뛰어넘으면서 전진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그때마다 자신을 찾아 주는 사람들을 위해 나무 하나하나에게 있는 산소를 모두 그들에게 준다. 만약 우리가 자연을 한없이 아껴 준다면 자연 역시 우리를 배반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또한 힘차게 다음 세대로 전진할 것이다. 지금 현재를 중요시하고, 나 하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는 당신이여, 당신보다 내세를 더 소중하고 중요시하는 저 울창한 산림을 보며 반성하라. 그리고 더 이상은 자연을 고갈시키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당신의 참된 생각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 후세를 걱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연이다. 가만히 산에 올라 자연이 하는 소리를 마음을 열고 들어 볼 때엔 훗일을 염려하는 자연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나라가 변해 가면서 도무지 내일 닥칠 날씨도 짐작하기 어려울 만한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알 수 없는 날씨들은 자연이 주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좀더 푸르름을 간직하게 도와 달라는 호소일지도 모르겠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과 산에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 그리고 맑고 깨끗한 공기들을 나뿐만이 아닌 내 후손들이 느낀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에 있겠는가. 산이 좋다는 얘기보단, 산이 정말 푸르고 깨끗하다는 필요 없는 말보다는, 계곡물이 참으로 시원하고 고기들이 많다는 말보다는, 이 울창한 산림을 후세에 전해 주기 위해 모두 힘쓰자는 이야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산림은 100개에서 90개를 우리에게 주어도 결코 기뻐하지 않는다. 100개 중 100개를 다 주고 나서도 더 주지 못하는 마음에 내심 안타까워하는 이 세상에 꼭 필요할 만한 자연인 것이다. 소중한 것이 그리워질 때 한 번쯤은 산에 가 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듯싶다. 별 의도 없이 시작했던 이 글짓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비로소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보고 있으면 한없이 자랑스럽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이면 영원히 평화로워질 것만 같은 하늘과 땅만이 만들어 내었던 긴 역사의 조화로움. 그 찬란한 자연의 역사를 훼손시키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하며 가꾸는 것이 이 세상을 사는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다. 내가 먼저 산을 느끼고 숲과 함께 마음의 대화를 해보자. 소곤소곤 속삭이는 산림의 소리를 들을 때에 비로소 진정 사람과 산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당신이여. 언제 어디서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너와 내가 손 맞잡고 하나가 되어 이 금수강산을 지키는 그 순간, 우리는 진정한 한국인의 이름으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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