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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즐거운 최면
  • 입상자명 : 이세리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상큼한 연녹색을 띤 뽀송뽀송한 새순이 보인다. 땅 위로 나오려고 있는 힘껏 머리를 들이미는 모습이 너무나 앙증맞다. 그 앞에 쪼그려서 쫑끗하고 귀를 대고 있으면 뽁, 뽁, 뽁, 튀어 오르는 놈들의 기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청각의 환상을 접해 볼 수도 있다. 산고의 고통을 아직 다 이기지도 못한 어린 것들에게 태양은 이내 빛의 젖을 물린다. 그러면 새순들은 본능적인 욕구로, 오므렸던 몸을 옴작거리며 요렇게 팔을 벌리고 온몸으로 빛을 빨아들이려 애쓴다. 자애로운 태양은 아이들에게만 관대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투철한 박애 정신은 볼품없이 꼬부라진 나무에게도 따사로운 희망을 받게끔 해주었다. 집, 학교, 집, 학교만 오가는 어쩌면 형식적인 나의 삶에 잠깐의 티타임을 제공해 주는 곳. ‘나같이 살아라’하며 사랑의 묘약을 마구 발산하는 이곳 태양의 정원에서 나는 보다 솔직한 또다른 나를 만나 보는 즐거운 최면에 걸린다. 개미도 설탕 알갱이를 짊어지고 가다가 땡볕에 지쳐 잠깐 쉬고 가는 뜨거운 시간이 찾아올 때쯤, 나의 신경은 칼같이 예민하고 섬뜩해진다. -마치 약간의 손길에도 즉각 삑삑 반응하는 부저(buzzer)처럼- 그럴 때마다 바짝 곤두선 내 더듬이를 안정시켜 주는 곳은 광교산이었다. 비록 ‘여기 경관이 끝내 주더라’ 하고 보여 줄 만큼 화려한 건 아니다. 또한 호랑이 나라 지도에 표시될 만큼 크기가 거대한 것도 아니지만 광교산이 주는 신비감은 매우 색달라서, 어느 명산에 뒤지지 않는 이곳만의 매력이 분명 있었다.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라도 어제 “촤르르…… 촤르르……” 바위에 부서지는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면 오늘은 수북한 안개를 풀어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최고의 기분을 누리도록 해주는 센스가 있었다. 또 더위에 몸이 나른해질 만하면, 후끈한 열을 자신의 잎사귀로 막아 주고 둥글고 단단한 어깨를 내주는 자상한 매너도 겸비하고 있었다. 1년 중 가장 풍요로워지는 가을이 오면, 산은 널부러진 밤송이나 잣들로 한결 무거워진다. 감히 인위적인 색채로는 따라할 수 없을 만큼, 형형색색 풍부한 멋을 지닌 산은 전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것 같다. 지친 여름날의 피로가 누적된 하늘이 재충전과 내적 성숙의 수련을 떠나 더욱 높이 올라가면 그 사이 빈 공간을 산의 오색 숨결이 채우는데, 그 광경에서 느껴지는 전율이란 것이 어떤 예술 작품보다 감격적인 것이었다. 장미빛 노을이 몰고 오는 어스름 황혼이 깃든 산은 너무나 고요하다. 이때는 마치 군대용 짙은 녹색 담요가 되어서 포근히 도시를 덮어 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파가 거세게 몰아친 다음날 산에 오르니 소말리아 기아들이 무색할 정도로 뼈만 남은 나무들이 눈에 선했다. 나의 벗이 되어 주었던 친구의 메마른 가지를 쓰다듬고 있는데, 축복의 하얀 꽃가루가 사뿐 내려앉았다. 그 동안의 선행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초라하게 실추될 뻔했던 이미지를 더욱 아름답게 승화시켜 주었다. 늘 내게 사랑과 자원을 아낌없이 주는 산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해주었을까? 마치 당연하다고 느끼며 모든 것을 이용하고 필요에 의해서는 밀어낸 뒤 도로를 만들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도 여기저기서 산내음이 난다. 몸이 뜯기는 고통도 참아 내고 우리에게 헌신 봉사를 하는 산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렇지만 모든 생명체에게는 한계란 것이 있다. 산은 지금 한계에 다다랐고 딱 한 발자국 아니 반발자국만 나가도, 영원히 바이(bye)-할 상황에 처했다. 더군다나 오염된 잔재들은 우리 삶에 멸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때, 푸른 초원이 아니라면 별로 낭만적이지 못하다. 아기 피부처럼 보드라운 풀,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곧게 뻗은 나무들, 인위적인 것이 아닌 나무의자, 이곳에서 진정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 나른하고 무료한 젊은이여, 산으로 올라가 푸른 기운을 마셔 보자. 그러면 당신은 곧 즐거운 최면에 걸릴 것이다. 긴박한 현실을 벗어날 수는 없더라도, 산에서 인생을 배우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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