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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나의 산
  • 입상자명 : 황은정
  • 입상회차 : 2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아, 멋있다. 어떻게…….” 중2 때 속리산 문장대에서 경이에 찬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처음 내뱉은 말이다. 우리 나라를 비유하는 말로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아름다운 산천이라는 뜻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 나라를 보고 감탄하며, 국토를 비유하는 말까지 나타나게 된 것은 왜일까. 맑은 물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산과 나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예로부터 선조들이 산을 특별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선조들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나 글 등을 보면 그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산이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산수화에서 시조까지 두루두루 표현해 왔다. 그 예로 조식의 <두류산~>과 정선의 <금강전도>를 들 수 있다. 조식은 특히 지리산의 절경을 여러 글을 통해 표현했고, 정선은 산수화가로서 우리 산을 많이 그렸으며, 그 외 많은 문장가들과 화가들이 산의 빼어난 자태를 소재로 삼는 것을 좋아했다. 거기다 현실을 거부한 많은 선비들이 산에 숨어 살기를 좋아했으니 산을 속세와 대조되는 낙원으로 여겼던 것은 아닐지 추측해 본다. 물은 흘러가 변해도 청산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듯이 몇 천년 역사의 많은 명산이 우리 국토 전체에 걸쳐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맞아 주고 있다. 우리 나라는 산림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많은 산과 숲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산림국에 비해 산림을 이용하는 정도는 미약하나 우리에게 산은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그런 국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만한가? 국내의 아름다운 산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금강산, 설악산, 한라산, 묘향산, 지리산……. 그 외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산에서 뒷산, 작은 언덕에 이르기까지 넘쳐나는 것이 산이다. 앞을 봐도 산, 뒤를 봐도 산, 가는 곳마다 산, 산, 산이다. 그 많고 많은 산들 중에 나의 머릿속에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운 산들이 있다. 서산대사는 묘향산을 꼽았지만 나는 속리산, 관악산, 설악산을 말하고 싶다. 자연의 경이로움, 자연의 거칠음,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내 17년 인생의 최고의 산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많은 산을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와 닿은,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좁은 식견에서 나온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분명 알 수 없는 매력과 은빛 향기로 다가왔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고 함부로 느낄 수도 없는, 말로 표현 못 할 신비스런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래서 내가 여태껏 진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중2, 속리산의 연둣빛 물이 아직 땅에서 잠자고 있던 4월이었다. 속리산의 봄은 늦게 오는 모양이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산’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에 정말 나는 산에 반했다. 그래서 내 가슴이 그렇게도 벅차 올랐나 보다. 속리산 문장대 정상에 올랐을 때 세찬 바람이 나를 오즈의 마법사에게 데려갈 듯이 불었다. 하지만 거친 바람도 내 눈을 가릴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려움과 불안감 속에서 메마른 갈색 빛 세계가 나를 뒤흔들었을 때, 그 느낌, 빈 가지 사이를 나는 바람도, 그 어떤 것도 매섭고 적막하고 고독한 것은 없었다. 그 자체가 잔잔하고 은은한 조화일 뿐이었다. 풍부한 어휘를 자랑하는 우리말에서조차 그 느낌을 찾을 수도, 우리말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화려한 단풍빛이나 진한 원색도, 싱그러운 푸르름도 아닌 소박한 흙빛이 풍기는 느낌이라고 하면 상상이 갈까? 구름마저 내 아래에 있었다. 마치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의 마음처럼 너그러워지고 흐뭇해졌다. 그 산은 희열이나 성취감으로도 말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그날 이 후 난 변하였다. 바다로 갈래, 산으로 갈래라는 질문에 선뜻 ‘산’이라고 말했다. 난 외쳤다, 산이 좋다고, 그 모양 그대로, 산에서 살고 싶노라고, 그냥 산이 아름다워. 기억 속 대지를 닮은 그 빛깔의 속리산은 한 폭의 한국화, 그 중 수묵화를 닮은 여인 같은 산이다. 바위산으로 이름 높은 험준한 관악산, 중3, 5월 봄볕이 따사로운 날 관악산을 찾았다. 특이한 담임 선생님 덕분에 교복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 이색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관악산은 예사로운 산이 아니다.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그가 꼭 나를 시험하는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겁도 없이 덤비었다. 결국 아찔한 순간을 2번이나 겪었다. 내 명을 매듭짓는 줄만 알았다. 관악산 꼭대기에 올라가니 아래로 연주암이라는 큰 절이 보였다. 하지만 자연의 위압감에 눌려 더 이상 쳐다볼 수 없었다.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모두들 유난히 관악산을 오르는 데 많이 힘겨워했다. 봄볕의 따사로움까지 가리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와 그 아래 깔린 붉은 흙, 그리고 걸터앉아 쉬어 가는 자리가 되어 주는 넉넉한 바위. 가끔씩 나오는 다람쥐까지……. 하지만 아름답게 보일 것 같은 풍경 속에 자연은 쉬운 상대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호랑이의 모습 또한 닮았다.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만 결코 그런 것에 길들여지지 않은 산이다. 가을 관악산의 단풍을 보러 등산객이 더욱 붐빈다. 그만큼 관악산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바위 사이에서 자라는 나무와의 조화 덕분이다. 거기다 벌게진 얼굴로 모르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마음도 한몫 한다. 세상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 그 길을 올라가 보아라. 관악산은 마치 그대를 희롱하듯 때깔 고운 모습으로 숲을 단장시키고서는 곳곳에서 그대를 시험할 것이다. 그것이 더 매력적인지도 모른다. 생각 속의 관악산의 이미지는 불 같은 정열이 괜히 떠올랐지만 실제 경험을 통해 본 관악산은 얄미운 계집애 같았다. 솔직히 산은 참으로 아름답다. 내 가까이에 이런 산이 있어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관악산은 힘들고 얄미워도 웃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산 중 하나이다. 앞의 두 산은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 속에 쉽게 명산으로 떠오르지 않는 산이다. - 꼭 크고 유명한 것이 모든 이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나의 산은 모두가 감동할 만한 산이다. 바로 설악산이다. 중3, 여름에 막 들어설 무렵이었다. 수학 여행으로 설악산에 갔다. 설악산은 잘 가꾸어진 탐스런 꽃과 같았고 잘 다듬어진 다듬잇돌, 잘 길들인 거대한 맹수 같은 느낌이었다. 예쁘지만 가볍지 않고 우아하며, 웅장하지만 무겁지 않은 멋이 있었다. 우리의 코스는 그리 험난하지 않은 비선대였다. 잘 다져진 길이라 힘들지는 않았지만 “역시” 하는 탄식이 흘렀다. 우리 나라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았다. 처음은 꽤 평탄한, 양쪽으로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는 큰 숲길을 걸어갔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푸른 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만날 수 있었다. 퍽이나 낭만적이고 황홀한 광경을 연출해 놓았다. 어려서부터 상상해 오며 그리던 꿈을 이곳에 펼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실제 그럴 순 없지만 그 정도로 나를 매료시켰다. 설악의 변두리 정도인 그곳이 그 정도면 설악산에서 유명한 대청봉 같은 곳은 어떠하단 말인가. 과연 옥황상제가 금강산으로 모이라고 했을 때 설악산에 멈춘 바위들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내 사진 속 설악산은 모두 선명하고 상쾌한 푸른색이다. 이 산은 으뜸가는 가을 단풍놀이 코스 중 하나이기에 알록달록 오색 빛깔 이상의 단풍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하나 없이 모두 싱그럽기만 하다. 산이 푸르면 사람의 기분이 맑고 좋아진다. 거울보다 환하게 비추는 물에 손을 담갔다. 온몸이 짜릿해졌다. 내 손을 떠난 물은 허공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며 떨어진다. 신선한 공기가 나의 가슴을 트이게 하고 맑은 물이 마음을 맑게 하니 그곳이 곧 무릉도원이 되었다. 한 폭의 수채화라는 말은 일개 흔한 비유문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위험한 지점에 새겨진 누군가의 시 한 수는 나와 이심전심으로 이곳의 절경을 증명해 주고 있다. 자연의 경관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을 말하기란 너무 어렵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단정지을 수 없는 항상 변화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얼마 전 <겨울 연가>라는 드라마가 종영되었다. 그 드라마에서는 낭만적이고 동화 같은 풍경을 많이 보여 주어 드라마의 또다른 볼거리와 즐거움과 함께 우리 나라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했다. 남이섬이라는 곳의 키가 크고 곧은 나무가 예쁘게 심겨진 추억의 오솔길. 마지막회 때 보여 준 거제도의 외도라는 곳. 특히 외도는 환상의 파라다이스이다. 실제로 제작진들도 너무 예뻐서 그 섬의 모습을 담은 장면을 많이 보여 주었다. 우리 나라에 저런 곳이 정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너무나 이국적이며 지상 세계 같지 않다. 그래서 이곳도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곳을 붐이 일게 해주고 새로운 휴식처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바로 영상 매체의 힘이다. 이런 막대한 영향이 작용하는 만큼 계속적인 발견으로 우리 나라 전체가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나무가 많은 곳은 어디를 가도 아름답고 상쾌하고 시원하며 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낭만도 심어 준다. 숲에 있으면 마음도 몸도 건강해진다. 그래서 시인들이(외국 시인들에게 특히) 숲을 배경으로 시나 이야기를 많이 짓나 보다. 숲에 있으면 전원적인 삶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 <숲속을 걸어요>라는 동요를 부르며 숲속을 걸으면 좋을 것 같다. 노랫말이 너무나 알맞은 곡이다. 우리 나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름답지 아니한 곳이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난 우리 나라 구석구석을 전국 일주로 다 돌아다녀 보고 싶다. 커서도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살 것이다. 그 이유는, 남산에 올라 찾아보라고 말할 것이다. 산이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느낌’이 없는 사진 속의 산, 나의 발자국이 없는 산은 그저 한낱 풍경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무언가 특별해진다는 것은 그만한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산은 끝까지 오른 자에게만 모든 것을 볼 자격을 부여해 준다. 감탄은 가장 높은 곳에서 해도 늦지 않다. 그 많은 땀을 흘리고 아프고 힘든 것도 참아 가며 온 이들이게 고이 숨겨 둔 보물은, 선물은 그곳에 준비돼 있다. 온몸으로 선물을 받자. 산을 아는 사람들은 산이 준 각자의 선물을 잊지 못하고 또다시 찾아온다. 산은 ‘인간이 꽃보다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나를 크게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산에 오를 때마다 가슴에 쌓이는 것이 있다. 산은 건강한 생활에도 도움을 준다지만 정신적인 수양을 이루는 데도 매우 적합하다. 나름대로의 시련과 고통을 함께 이끌어 가고 도와 가며 헤쳐 나가기 힘든 산행을 넘길 때마다 인간이 아름다워 보였으며 위로와 격려와 힘이 되었다. 산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 모든 복합적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산’은 ‘나의 아름다운 산’은 아닐 것이다. 나만의 아름다운 산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칠이 되어 줄 것이다. 이제 조상들의 특별했던 산 사랑은 그 맥이 나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내가 밟지 못한, 가 보지 못한 산들이여, 우리 국토의 산들이여! 서러워 마라! 아쉬워 마라! 내가 곧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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