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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건강이다] 6 - 독일 뵈리스호펜의 삼림욕장
  • 작성일2006-09-20
  • 작성자 / 윤**
  • 조회5934
-독일은 ‘숲속 치료’ 까지 의료 보장-

2005년 9월 말, 독일의 숲들은 아주 조금씩 노란 단풍이 들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4시간 넘게 달려갔다.

바트 뵈리스호펜(지명 앞에 ‘바트’가 붙은 동네는 온천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바트’를 빼버리고 편의상 뵈리스호펜이라고만 부르겠다)은 아늑하고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호텔이며 기념품 가게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예쁘게,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나무와 숲의 신기한 힘을 가장 일찍 국민 건강에 활용하기 시작한 나라가 독일이다. 온천과 숲을 한데 묶어서 개발한 자연치유를 국가가 권장하는 차원이었으며, 뵈리스호펜은 1800년대 중반 세바스티안 크나이프(1821~1897)라는 신부가 독일 최고의 건강 휴양지로 바꿔놓았다. 기운이 솟구치면서 상쾌한 물치료(invigorating water), 자연에서 뽑아낸 의약품(natural medicine), 균형 잡힌 영양식(nutritious food), 내면의 평온한 질서와 육체를 원기왕성하게 움직이는 일(inner order and physical activity) 등이 크나이프 신부의 건강 철칙이었고 주로 숲속에서 실시되었다.

나는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 중에서 두 가지를 촬영하고 싶었다. 그 하나가 ‘노르딕 워킹’. 스키 탈 때 사용하는 폴대 두 개를 양손에 쥐고 숲길을 걷는다고 했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30여명의 참가자들은 독일뿐 아니라 스위스며 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다국적 휴양객들이었다. 노르딕 워킹이라고 하는 신종 삼림욕은 당당히 의료 행위의 일종으로 인정받는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대학병원이든 시골 동네 병원이든 의사가 진단서에 ‘이 사람은 숲속에서 자연요법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겠다’라고 써주기만 하면, 치료받아야 할 당사자는 물론이고 보살핌이 필요한 경우 그 동반자까지 모든 게 무료다. 여덟 살짜리 우리 아들이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치자. 의사가 ‘숲치료를 받아 보시라.’ 이렇게 한 줄 써주기만 하면 ‘어느 지역이 좋을까’ ‘그곳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가’ 살펴 본 다음 뵈리스호펜으로 결정하면 그런 사무를 총괄하는 뵈리스호펜 ‘쿠어 디렉션’에 연락한다. 가는 사람의 인적 사항이며 머물고자 하는 호텔의 유형, 어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다 등등을 협의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림 같은 호텔의 숙박비도 의료보험에서 계산해준다.

노르딕 워킹을 따라가 보니 그 구조가 참 합리적이면서 재미있었다. 우선, 반드시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의 인솔을 받게 되어 있다. 서른 명쯤 걸어가는데 강사가 6명이나 따라붙었다. 맨앞과 중간, 그리고 뒤꽁무니에서 참가자 한사람 한사람의 신체적 컨디션과 기분 상태까지 세심하게 점검한다. 또 농담을 건네며 마음을 유쾌하게 풀어주면서, 뒤로 처지는 사람에게는 기운과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그렇게 숲길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참가자나 강사나 평균 연령이 비슷해서 60대 중반이다. 이 나이 드신, 자격증이 있는 노인 강사들은 모두 동네분들이다. 뵈리스호펜에 사는 노인들이 스스로 자격증을 획득해서 노후 대책 겸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다져가고 있으니 얼마나 부럽고 보기 좋은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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