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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건강이다] 27 - 아이·나무 함께 크는 ‘도심 허파’
  • 작성일2007-11-15
  • 작성자 / 숲***
  • 조회4141
몇해 전 학교숲이 잘 활용되는 학교들을 둘러보기 위해 유럽을 찾은 적이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독일의 한 학교를 방문했던 기억을 되새겨본다.


동베를린에 위치한 아담한 암 벨트첸 초등학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어느 학교든 기관이든, 처음 방문하게 되면 대개 교내에 들어가서 차 한잔을 마시고 일반적인 조성과 활용내용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학교를 찾은 그 누구도 교내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학교 운동장에 펼쳐진 숲과 신기하고 새로운 구조물에 이끌려 도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울창한 나무가 건강하게 자리잡은 숲 속,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나무 오두막과 아이들의 놀이 시설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울창한 학교숲이 강렬한 햇빛을 모두 막아 학교 운동장이라기보다는 아늑한 숲 속 놀이터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았다. 그늘진 숲 속엔 한가롭게 온갖 새들이 놀고 있었다.

마침 쉬는 시간이 되자 새가 놀고 있던 그 자리는 아이들의 차지로 바뀌었다. 숲 속의 놀이터로 뛰어나와 자연스럽게 숲과 아이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다. 나무 오두막집으로 오르는 아이들, 축구도 하고 나무 그네를 타는 아이들, 삼삼오오 제각기 숲 속을 뛰어다니며 자신들만의 놀이를 개발하여 마냥 즐겁게 노는 모습들을 보면서 외국에서 온 이방인들은 모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학교의 학교숲 조성 의도는 매우 특이했다. 통일이 된 독일의 동베를린 지역은 점차 공동화와 낙후화가 가속됨에 따라 맞벌이와 결손가정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방과 후 시간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학생들의 놀이방, 공부방으로 학교공간을 개방하는 프로그램에 이 학교가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의 관심과 재정적 후원으로 학교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첫 단추가 어떻든 간에 학교숲이 조성되고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변화하기까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했고, 무엇보다도 이곳을 이용할 아이들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됐다는 데 놀라울 따름이었다. 먼저 이곳 학생들에게 원하는 학교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한다. 큰 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오두막집과 통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용모양 구조물, 비밀스러운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버드나무 터널과 돌로 쌓은 은신처, 올라타기와 균형잡기 놀이를 할 수 있는 큰 통나무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나오는 바위와 돌을 옮겨다 놓고, 바닥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목재가 두툼하게 깔려 있으며, 거의 모든 재료가 인위적인 것보다는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나라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숲 속의 학교에서 지냈던 기억은 없고, 언제나 땡볕이 내리쬐는 삭막하고 먼지 날리는 운동장, 그 주변에는 싹둑 잘려진 나무 기둥에서 새롭게 잎을 내는 플라타너스, 교사 앞쪽에는 잘 정돈된 가이즈카 향나무와 몇몇 나무들이 자라는 정원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리고 함부로 들어갈 수도, 만져 볼 수도 없었던 공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린시절 성장 발달과정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학교 환경이라고 하면 대부분 실내 교육 여건에만 가치를 두고 있다. 지금도 신설되는 학교들을 보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추어 건물을 지어놓고, 상대적으로 옥외환경은 전혀 교육적이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형태로 완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준공을 위한 나무 몇 그루와 아이들과 전혀 교감할 수 없는 빈약한 조경수 몇 종류로 채워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학교 어린이들의 놀이 문화를 보면 대부분 교실의 앞쪽과 뒤쪽에 모여 앉아 즐기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놀이가 발달했다. 학교 운동장은 위험한 공간으로 치부되고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는 일부 아이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환경교육학자가 발표한 학교숲에 대한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학교숲이 잘 조성된 학교의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그림과 글을 비교하였다. 학교숲이 없는 학교의 어린이들은 숲과 자연환경을 도구적이고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반면, 학교숲이 잘 조성된 아이들은 숲과 자연환경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며,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기고 탐구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녹색공간에서 충분한 경험을 한 어린이는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학습태도, 성적, 생활태도까지 개선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친구처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자연과 친밀해지는 경험 속에서 호기심을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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