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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나는 겨울 자작나무숲으로 간다
  • 입상자명 : 강성재
  • 입상회차 : 18회
  • 소속 : 일반부
  • 장르 : 일반부 시·수필

나는 겨울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허공의 뜰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나는
겨울 자작나무 숲으로 간다
지상엔 눈부신 눈밭
올곧은 기도가 하늘에 가 닿는 산 아래
숲을 이룬 나무들은 왜
흰 살결인가를 생각한다
상처 없는 나무는 없다
한 생을 나도 상처 입은 나무처럼 살았다
아니 제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살았다
이 곳에 와서 나는 다친 몸을 끌고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지던
눈표범을 생각한다
시베리아 바이칼호, 티베트 고원의
눈 쌓인 설원을 생각한다
귓불을 잡아당기며 산정을 넘는 칼바람 소리
지난가을 천 개의 씨앗을 가슴에 품은
자작나무 열매는 씨방의 문을 열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하나, 둘
새를, 나비를 멀리 날려 보냈다
흰 피부에 검은 상처를 안고 있는 나무들
때론 나무의 상처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지상으로 꺾인 나무는 불 속에 몸을 던져
자작자작 말을 건네 오고
휴일, 나비매듭을 엮은 사랑은 화촉*을 밝힌다
다시 청보랏빛 하늘을 뒤덮는 눈보라의 군무
가지마다 점묘화로 피어나는 눈꽃송이들
겨울 숲에서 얼마나 손발이 시려야
그대의 따뜻한 가슴에 닿을 수 있는 것인지
산등성이에서 나는 한 그루 자작나무가 되어
오래도록 당신을 기다리며* 서 있다

*화촉: 자작나무 껍질을 태워 불을 밝힌 데서 유래
*당신을 기다리며: 자작나무 꽃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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