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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수목원 전시원
1 2014 수목원전시원
김영재/전시교육과 임원연구사
  • 멈춰있는 듯 그러나 결코 멈춰있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 겨울철 전시원에는 볼 게 없다!?
    • 경

      관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잎, 꽃, 수형, 단풍, 수피, 질감 등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주로 식물의 꽃을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향기 있는 꽃이나 형형색색의 단풍이 지고, 다양한 열매들과 수피, 그리고 겨울눈, 겨울 가지들이 단풍과 꽃을 대신하여 전시원에 아름다운 겨울 경관을 책임진다. 특히, 요즘처럼 하얀 눈이 내린 추운 겨울철에는 더욱 더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겨울이 찾아온 수목원에는 볼거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번 호에서는 겨울철 수목원을 관람할 때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꽃이나 녹음, 단풍에 가려져 놓쳤던 나무들의 또 다른 감상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멋스러운 친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화살나무는 이름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가지에 달린 코르크가 화살촉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노박덩굴과의 낙엽 활엽관목성의 식물이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식용가능하며 가을엔 빨간 단풍이 들어 포인트 식재에 적당하지만 겨울철 잎이 없어도 수피와 열매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화살나무 열매와 수피

      화살나무 열매

      소나무속 식물은 일반적으로 2개씩 모여 나는데 백송은 3개씩 모여 나는 것이 특징이나 이보다 더 특징으로 꼽는 게 바로 얼룩덜룩한 수피의 형태에 있다. 이처럼 얼룩덜룩한 수피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수종으로는 노각나무, 모과나무, 배롱나무, 버즘나무 등이 있다. 노각나무는 동백나무와 마찬가지로 차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교목으로 흰 꽃은 동백꽃을 닮았을 뿐 아니라 꽃이 질 때 꽃송이 전체가 떨어져 "여름동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6~7월에 피는 흰색의 아름다운 꽃과 황색의 단풍, 비단 같은 나무껍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외국에서는 가로수로 심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생장속도가 느려서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그밖에 정원수, 공원수, 녹음수로도 이용가능하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 종류가 분포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품종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병충성이 강해 관리상 편하고, 나무껍질은 모과나무, 배롱나무와 같이 껍질이 벗겨져 홍황색 얼룩무늬가 있어서 비단나무라 불리우기도 한다.

      백송수피

      백송노각나무

      자작나무는 백색의 수피를 가지고 있는 나무로 우리들에게 '자일리톨 껌' 추출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옛날엔 자작나무 껍질에 글을 적었다는 설이 먼저 소개 되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자작나무 단일수종으로 이루어진 인제의 자작나무 숲이 있다.

      자작나무수피

      자작나무

      꽃향기가 좋은 장미과 식물의 찔레나무는 무더운 여름 하얀 꽃을 피워 경관을 연출하고 덤불을 형성하여 새들의 좋은 은신처가 되고, 겨울이면 빨간 열매를 맺혀 새들의 좋은 먹이를 제공해 준다. 추운 겨울이 되면 들짐승들 뿐 만 아니라 날짐승들도 먹이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처럼 새들에게 맛있는 먹이를 제공해주고 전시원에서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도 듣게 해주는 참 고마운 나무이다. 새를 불러들이는 식물 중에는 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팥배나무, 감나무, 산사나무, 낙상홍, 산수유 등이 있다.
      백당나무는 꽃과 열매의 관상 가치는 높으나 열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주변을 지나치면 냄새가 나서 싫어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보호하고자 하는 우리가 모르는 이 친구만의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찔레나무 열매

      백당나무 열매

      노랑말채나무와 흰말채나무는 꽃보다 겨울철 수피가 관상가치가 큰 나무이다.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식재하며 노랑 말채나무의 노란색 수피와 흰말채나무의 붉은색 수피가 어우러져 겨울철 감상가치를 드높이는 수종이라 할 수 있다. 삽목이 잘되는 수종으로 4월에 가지를 잘라 땅에 바로 꽂아두어도 뿌리내림이 잘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노랑말채나무

      흰말채나무

      솔송나무는 소나무과 상록활엽교목성의 나무이다. 소나무과 열매를 구과라고 표현하는데 수형이 단정할 뿐 아니라 열매가 벌어졌을 때 마치 한 송이 꽃이 핀 것처럼 귀엽고 앙증맞은 참 사랑스런 나무다. 우리나라에는 울릉도에만 자생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병아리꽃나무는 이름에서 유추해 봤을 땐 꽃 색이 노란색일 것 같으나, 실제 꽃은 이름과는 달리 흰색 꽃이 피는 반전의 나무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열매 색은 녹색에서 갈색을 거쳐 완전히 성숙되면 까맣게 되고 광택이 나서 마치 병아리의 반짝이는 까만 눈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병아리꽃 나무처럼 까만 열매를 볼 수 있는 나무에는 쥐똥나무, 광나무, 오갈피나무, 뽕나무 등이 있다.

      솔송나무

      병아리 꽃나무

      산수유는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산수유 축제로 더 유명한 나무로 노란 꽃을 피워 이른 봄 다소 차가운 공기를 온화하게 느껴지도록 해주는 따뜻한 나무로 표현하고 싶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붉게 익는 열매는 정열적이기까지 하며 차로도 달여 마실 수 있어 시각과 미각 그리고 새들을 불러들여 청각까지 즐겁게 해주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산수유는 누구나 기억 한 켠에 있을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를 아련하게 떠오르게 한다.

      성탄제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펴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 아버지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 볼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옛날의 것이 내리는 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스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산수유

      이처럼 나무들의 다양한 열매, 수피의 형태와 색, 겨울눈, 가지 등은 전시원을 관람하는데 재미를 더한다. 빨간 열매들은 새들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붉은 색상으로 전시원의 관람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하얀 눈이 내린 설원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겨울이 되어도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는 잎들은 바람에 의지하여 형용할 수 없는 소리를 내 전시원의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상록성 나무들과 어울려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한다. 보여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처럼 전시원에서는 추운 겨울에도 멈춰 있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다양한 느낌으로 고요함을 유지한 채 경관을 그리고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겨울 전시원에 재미를 더해주는 다양한 열매들과 수피 등을 관람하면서 멈춰있는 듯 그러나 결코 멈춰있지 않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전시원에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기다려본다. 봄꽃의 화사함도... 여름철의 싱그러운 녹음도.... 형형색색의 가을 단풍도 없지만 붉게 익은 열매들과 다양한 수피들, 눈에 반사되는 태양빛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겨울철 전시원을 장식하고 있는 나무들을 관람해 보는 건 어떨까?

      해송

      목련

      겨울경관

      상록성 나무들 겨울경관

      나무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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