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18
광릉숲에서
만날 수 있는 곤충
달콤, 살벌한 ‘천선과좀벌’과
중복기생벌(hyperparasitic wasp)
 
우리나라 남도 지역이나 남해 인근의 섬 또는 산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나무가 있다. 바로 꽃이 없는 열매라고 알려진 ‘무화과나무(Ficus carica L.)’이다. 무화과나무는 뽕나무과(Moraceae)의 무화과나무속(Ficus)에 속하는 종이며, 우리나라에는 총 8종이 기록되어 있다. 사실 무화과나무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무화과나무의 열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꽃인 것이다. 꽃턱이 항아리 모양으로 비대해지는 바람에 열매처럼 보이며 그 안에는 씨방과 암술대가 함께 있다. 이 열매 모양의 꽃은 익으면서 녹색에서 흑자색 또는 황록색이 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무화과나무속 중에서도 천선과나무(Ficus erecta Thunb.)는 무화과나무와 형태와 생리생태가 매우 유사하다. 무화과나무처럼 꽃주머니 안에 많은 꽃이 들어 있으며, 초록색의 꽃주머니는 가을에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또한, 하늘의 선녀가 먹던 과일이라는 뜻으로 ”개비파‘라고도 한다
천선과나무(F. erecta Thunb.)
한창 꽃이 많이 필 무렵 우리는 넓은 들판이나 푸르른 산에서 열심히 화분을 매개를 하는 벌 또는 파리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럼 무화과나무는 꽃이 꽁꽁 안에 숨어 있어서 화분매개를 해주는 곤충이 없을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특징적으로 무화과나무속 만 화분 매개하는 벌들이 있는데 이들은 “Fig wasp”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생태는 매우 특이하다. 이 중에서도 “천선과좀벌(Blastophaga nipponica Grandi)은 특히 천선과나무만 화분매개를 하는 벌로 알려져 있다. 이 종의 암컷은 날개가 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벌의 형태를 띠지만 수컷은 날개가 없어서 자칫 다른 곤충으로 오해하기 쉽다
천선과좀벌(Blastophaga nipponica Grandi) 암컷
천선과좀벌(Blastophaga nipponica Grandi) 수컷
천선과좀벌은 크기가 2-3mm 정도로 매우 작은 벌로 매우 짧고 특이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는 기생벌 중의 하나이다. 이들의 암컷은 자웅이주인 무화과나무의 미성숙된 수꽃과 암꽃에 알을 낳기 위해 들어가는데 이때 날개가 탈락이 된다. 암컷은 수꽃의 씨방에는 알을 낳을 수 있지만 암꽃의 씨방에는 암술대가 길어서 알을 낳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수꽃의 씨방에 낳은 알에서 수컷이 먼저 우화 하여 암컷을 기다린다. 암컷이 우화를 하면 다가가서 짝짓기를 한 뒤 암컷이 꽃 밖으로 나갈 수 있게 안에서 밖으로 구멍을 판다.

구멍을 다 파면 수컷의 역할은 끝나게 되며 생을 마감한다. 암컷은 수컷이 파놓은 구멍을 찾아 나가게 되는데 이때 나가는 과정에서 몸과 날개에 나 있는 털에 수꽃의 화분을 잔뜩 묻혀서 나오게 된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암컷은 다시 수꽃이나 암꽃을 찾아서 안으로 들어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암꽃으로 잘못 들어가게 되면 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재미있는 점은 최근 국립수목원 곤충분류연구실에서 천선과좀벌의 유충에 기생하는 기생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확인된 기생벌은 금좀벌과(Pteromalidae)의 Sycoscapter속에 속하는 종으로, 수꽃에서만 생활사가 이루어지는 특이한 종이다.

이 기생벌들은 천선과좀벌이 천선과나무 수화낭의 주두에 산란을 하게 되면 꽃주머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 몸 길이의 4-5배나 되는 산란관을 주두까지 찔러 넣어 천선과좀벌의 유충의 몸에 산란을 한다(아래 사진참조). 이 기생벌의 유충은 천선과좀벌의 몸에 기생하며 흡즙하다가 성충으로 우화한다. 이들도 천선과좀벌과 마찬가지로 먼저 우화한 수컷이 늦게 우화한 암컷을 기다리고 있다가 짝짓기를 한 후, 암컷을 위해 밖으로 구멍을 판 뒤 생을 마감한다.
천선과에서 발견된 두 종은 크기가 아주 작고 기생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천선과좀벌은 화분매개하는 곤충류(pollinator)에 속하며 Sycoscapter sp. 종의 경우 비화분매개 곤충(non-pollinator)로 나눠 진다는것이 큰 차이점이다.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된 Sycoscapter 일종 (암컷)
국내 미기록종으로 확인된 Sycoscapter 일종 (수컷)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무화과좀벌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주변의 시장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무화과는 대부분 재배종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러한 벌들을 관찰하기가 힘들다.

곤충의 다양성은 생물군 중에서도 가장 풍부하며, 크기도 매우 다양하여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의 종들도 무수히 많은데 이번에 발견한 기생벌들이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 될 것이다. 자연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관심을 가지고 다가갈 때 한 가지를 또 깨닫는다.

국립수목원 곤충분류연구실은 이번 연구에서 천선과좀벌 유충의 기생벌로 확인된 국내 미기록 종인 ”Sycoscapter sp.“ 에 대한 연구결과를 곤충전문 학술지에 투고할 계획이다.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석사후연구원 김무성     임업연구사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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