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20
전시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익모초의 계획은 2년짜리이다
 
익모초는 꿀풀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입니다. 꿀풀과 구성원답게 잎은 마주나기하고, 줄기의 횡단면은 사각형이며, 꽃의 형태는 전형적인 입술형입니다. 그리고 수술 2개는 길고 나머지 2개는 짧으면서 꽃잎에 붙어있습니다.
마주나기하는 잎
사각형의 줄기
위 아래로 갈라진 입술모양 꽃잎과 2강웅예
꿀풀과 식물의 특징 중에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은 방향성분입니다. 본래 식물은 최고의 화학물질 제조자들이어서 수많은 성분들을 만들어내는데, 그중에서도 꿀풀과는 식물체 전체에 다른 식물들보다 훨씬 강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삼겹살에 빠질 수 없는 깻잎,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박하, 바질, 오레가노, 그리고 서양에서 만능약으로 애용되는 세이지도 우리에게 친숙한 꿀풀과 식구들입니다.

식물이 이런 물질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화분매개곤충을 부르는 향기도 필요하지만, 끊임없이 달려드는 해충과 초식동물들을 쫓아내기 위한 강력한 성분도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식물들은 가시를 만들기도 하지만, 독성을 지니거나 맛없고 지독한 냄새를 몸에 지니기도 합니다. 먹성 좋은 고라니도 꿀풀과 식물은 거의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효과적인 투자로 보여집니다.
참느릅나무 식해하는 두줄제비나비붙이 유충
솜방망이의 고라니 피해
원추리의 고라니 피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쓴맛과 매운맛을 지니게 된 익모초는 뜻하지 않게 여성의 질환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재가 되었습니다. 영어이름도 ‘Oriental motherwort’입니다. 일반적으로 쓴맛은 찬 성질이 있는데, 쓴맛이 강한 익모초는 몸속의 염증으로 인한 열을 식히는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매운맛은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순환이 잘되지 않아서 생기는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같은 질환을 다스리는 약재가 되는 것입니다.

여성의 출산과 관련한 질환을 치료해주는 익모초는 건조한 곳만 아니라면 어디서든지 스스로 잘 자라기 때문에 더 기특한 식물입니다. 이 고마운 식물들이 건강한 2세를 성공적으로 키워내는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게 되면 정원을 가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떡잎과 본잎
떡잎과 본잎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에 접어들어서야 씨앗에서 발아한 떡잎이 보이기 시작하고, 뒤이어 자라나오는 본잎은 2장씩 마주나기합니다.
떡잎과 본잎
떡잎과 본잎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도 익모초는 줄기를 올리지 않고 존재감 없이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첫해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작은 상태를 유지하므로 꽃이 필 무렵의 익모초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렇게 첫해를 보내고 겨울 동안은 뿌리가 땅속에서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해서 모은 양분은 뿌리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으므로 따뜻해지기만 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두 번째 봄
두 번째 봄
두 번째 맞이한 봄은 첫해보다 서둘러 진행되어서 4월 초에 벌써 새로 나온 잎이 보입니다.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줄기를 올리고 잎모양도 많이 달라보이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여름 그리고 개화
두 번째 여름 그리고 개화
6월이 되면 벌써 줄기는 1m 이상 성장해있고 때때로 2m까지 자라기도 합니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초복(7월 중순)이 지나면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마디마다 돌려나는 자줏빛의 작은 꽃들이 아래에서부터 위를 향해 피어올라가는데 9월 중순까지 이어집니다.

10월이 되면 모든 것은 마무리되고 익모초의 계획은 완성됩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결실까지 하고 나면 홀가분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것입니다. 씨앗은 멀리 보내지 않아도 되므로 특별한 산포 계획은 필요 없습니다. 어미식물이 어린 식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8월의 익모초
9월의 익모초
익모초를 관찰하면서 어쩌면 이 식물은 추운 것을 견디기 어려워서 이런 생활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앗의 발아도 한여름이어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열매를 완성할 시간이 부족거나 수량이 적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 1년에 끝내는 일정을 2년에 걸쳐서 완성하면서 결실량을 훨씬 많이 증가시키는 전략이라면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참고문헌>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2013.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양문
안덕균. 2003. 한국본초도감. 교학사
수목원과
석사후연구원 안은주     임업연구사 윤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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