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22
우리나라 정원이야기
우리 꽃으로 만드는 정원 이야기

Ⅲ. 그늘 숲정원 Ⅳ. 양지 화단정원

[Woodland Garden & Sunny Border Garden]

 
우리나라에는 약 4,200여 종의 아름다운 식물이 자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원식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은 약 10%(2019년 조달청 기준)로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정원 소재로써 활용 가능한 자생식물의 발굴 및 정보 구축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웹진을 통해 네 가지 서로 다른 환경의 정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우리 꽃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세 번째로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이용하여 만드는 숲정원과 양지바른 들판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이용한 화단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숲정원의 환경과 식물
숲정원의 환경은 나무의 생장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지기 시작하면서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는 나뭇가지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나무 밑 환경을 살펴보면 봄에서 가을까지 무성한 나뭇잎으로 그늘이 지지만 겨울과 이른 봄에는 햇볕이 드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른 봄, 꽃이 피는 시기에는 햇볕이 있어야 하고 이후에는 시원한 그늘을 좋아하는 노루귀나 깽깽이풀과 같은 식물에게 숲정원은 좋은 환경이 되어줍니다.
또한, 울창한 나무가 가득한 숲속은 다른 곳보다 어둡고 진한 색의 흙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이 쌓이고 분해되면서 영양이 풍부한 부엽토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숲을 모방한 숲정원에는 그늘지고 비옥한 토양과 다소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생강나무 Lindera obtusiloba Blume
숲속의 반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생강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3m 정도까지 크며 3~5월이 되면 동그란 모양이 매력적인 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이른 봄 개나리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노란 단풍이 드는 생강나무는 잎과 가지에 상처가 나면 생강 냄새가 나서 생강나무라 불립니다. 다른 나무와 화합성이 좋아 숲정원의 낙엽활엽수 밑에 모아 심으면 봄, 가을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 식재환경 : 반음지의 비옥한 토양(유묘시에는 그늘에서 재배하고, 성목이 되면 반그늘에서 재배하는 것이 좋음)
- 번식 : 종자번식, 꺾꽂이

2. 병꽃나무 Weigela subsessilis (Nakai) L.H.Bailey [특산식물]
숲속의 반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병꽃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봄에 볼 수 있는 꽃은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꽃의 모양이 병처럼 생겼다 하여 병꽃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국내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입니다. 밑에서부터 많은 줄기가 발생하여 풍성하게 자라며 키는 2~3m까지 크고 생장이 빠른 편입니다.
- 식재환경 : 반음지의 약간 습한 곳
- 번식 : 종자번식, 꺾꽂이

3. 눈개승마 Aruncus dioicus var. kamtschaticus (Maxim.) H. Hara
깊은 산 속 낙엽수림 하부에서 자라는 눈개승마는 여러해살이풀로 6~8월에 흰빛에 가까운 황록색 꽃을 피웁니다. 키는 30~100cm까지 자라며 비옥한 토양을 좋아하나 지나치게 시비할 경우 웃자랄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풍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숲정원 교목 밑에 지피식재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 식재환경 : 반그늘의 비옥하고 보습성이 좋은 토양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4. 흑산도비비추 Hosta yingeri S.B.Jones [특산식물, 희귀식물(위기종 EN)]
바닷가 근처 풀밭이나 숲의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흑산도비비추는 여러해살이풀로 7~9월에 자주색의 꽃을 피웁니다. 키는 20~30cm로 자라며 여름에 피는 꽃뿐만 아니라 타원형의 잎 또한 관상 가치가 높아 나무 하부에 공간을 채워주는 소재로 활용하면 잘 어울립니다. 환경내성이 강하고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여 정원 소재로 활용하기 좋고, 굵은 땅속줄기에서 싹이 돋아나 군생하며 자라기 때문에 경사면에 식재하면 침식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식재환경 : 반음지의 배수가 잘되는 부식토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5. 섬노루귀 Hepatica maxima (Nakai) Nakai [특산식물, 희귀식물(취약종 VU)]
울릉도의 숲속에서 자라는 섬노루귀는 여러해살이풀로 봄이 되면 흰색의 작은 꽃을 피웁니다. 노루귀속 식물은 환경 적응성이 뛰어나며 자라는 환경에 따라 꽃 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새끼노루귀는 크기가 작게 변하고, 부식질이 풍부하고 습도가 높은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노루귀는 크기가 크고 상록성으로 변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크기가 10cm 내외로 작게 자라기 때문에 화단의 앞쪽에 심거나 낙엽교목 밑에 모아 심으면 이른 봄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 식재환경 : 반그늘의 부식질이 풍부한 토양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6. 깽깽이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 [희귀식물(위기종 EN)]
숲 가장자리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깽깽이풀은 여러해살이풀로 4~5월에 연보랏빛 작은 꽃이 피며, 잎은 물에 젖지 않고 풍성하게 자라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꽃이 활짝 피어있을 때는 꽃이 약하므로 위로 물을 주지 않고, 가을에는 잎이 없어지므로 조금씩 관수합니다. 깽깽이풀의 종자에는 꿀샘이 있어 개미 등의 곤충에 의해 번식되는 독특한 특징이 있어 자생지에서는 개미들의 활동 범위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낙엽활엽수 밑에 모아서 심어주면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면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 식재환경 : 반음지의 비옥한 토양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꺾꽂이
1.생강나무
2.병꽃나무
3.눈개승마
4.흑산도비비추
5.섬노루귀
6.깽깽이풀
우리 꽃으로 만드는 숲정원
7. 우리 꽃으로 만드는 숲정원(①생강나무, ②두루미꽃, ③우산나물, ④윤판나물, ⑤곤달비, ⑥병풍쌈, ⑦산작약)
1. 다층식재[Layered Planting]
자연스러운 숲정원을 만들고 싶다면 숲속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키가 큰 교목부터 중간크기의 관목, 그 밑으로 초화류 그리고 지표면을 덮는 지피식물까지 높이가 다른 식물을 섞어 심어 자연스러운 층(layer)의 변화를 줍니다.

2. 군락식재[Mass Planting]
크기가 작은 꽃은 모아서 식재할 경우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추천수종: 노루귀, 복수초, 깽깽이풀, 매미꽃, 섬노루귀, 얼레지, 피나물 등

3. 질감[Texture]
숲에서 자라는 식물 중에는 이른 봄 나무에 잎이 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봄 이후에는 꽃보다는 초록의 잎을 관상해야 하는 시기가 길기 때문에 잎의 질감, 모양, 색감 등을 고려하여 조화롭게 디자인하여야 합니다.
추천수종: 곤달비, 곰취, 도깨비부채, 병풍쌈, 우산나물, 윤판나물 등
화단정원의 환경과 식물
자연의 모습을 모방하여 만드는 정원들에 비해 어찌 보면 조금은 인위적이고 화려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이 가장 잘 반영되기도 한 공간인 화단은 정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장소에 포인트로 만들어주면 좋습니다. 화단정원은 어디에 만드냐에 따라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을 심을 수도 있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심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들판에서 자라던 식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화단정원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꿀풀 Prunella vulgaris var. lilacina Nakai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꿀풀은 여러해살이풀로 5~7월이 되면 보랏빛의 꽃이 핍니다. 키가 20~30cm 작게 자라 화단의 앞부분에 그룹지어 모아심거나 경사지에 식재하면 좋습니다. 꿀이 많아 꿀풀이라 불리기 때문에 정원에 나비와 벌 등의 곤충을 불러들이고,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노지월동이 가능해 정원소재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 식재환경 : 양지의 비옥한 사질양토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2. 눈개쑥부쟁이 Aster hayatae H.Lév. & Vaniot [특산식물]
양지바른 경사면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는 눈개쑥부쟁이는 여러해살이풀로 6~7월이 되면 연보라색의 꽃이 핍니다. 눈개쑥부쟁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꽃대들이 바닥에 퍼지면서 자라기 때문에 지피소재로 사용하기 좋고, 꽃이 펴있는 기간이 길고 씨앗이 맺힌 모양이 겨울까지 남아있어 정원소재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 식재환경 : 양지나 반음지의 다소 척박한 곳
- 번식 : 종자번식

3. 땅나리 Lilium callosum Siebold & Zucc. [희귀식물(취약종 VU)]
양지바른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땅나리는 여러해살이풀로 7월이 되면 주황색의 꽃이 핍니다. 키는 30~100cm까지 자라, 화단의 중간 군데군데에 모아심어 주면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지하부의 알뿌리를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 멀칭을 하거나 뿌리가 강하지 않은 식물과 혼식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 봄에 피는 키 작은 야생화들과 혼식하면 입체적인 경관연출이 가능합니다.
- 식재환경 : 양지의 배수성이 좋은 사질양토
- 번식 : 종자번식, 포기나누기

4. 절굿대 Echinops setifer Iljin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라는 절굿대는 여러해살이풀로 7~8월이 되면 동그란 모양의 남보라색 꽃이 핍니다. 강한 형태의 독특한 꽃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키가 1m 내외로 자라기 때문에 화단의 중간에 그룹지어 포인트 식재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구절초나 산국, 감국과 같이 풍성하게 자라는 식물이나 억새와 같은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벼과식물과 혼식하면 잘 어울립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배수가 잘되지 않는 곳에서는 뿌리가 썩거나 생육이 불량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시비가 과다한 경우 식물체가 도장하고 개화 상태가 불량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관리합니다.
- 식재환경 : 양지의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
- 번식 : 종자번식

5. 층꽃나무 Caryopteris incana (Thunb. ex Houtt.) Miq.
햇볕이 잘 드는 산과 들에서 자라는 층꽃나무는 낙엽활엽관목으로 8~10월이 되면 남보라색의 꽃이 꽃대를 따라 층층이 핍니다. 키 30~60cm 정도의 반목본성 식물로 겨울에는 땅속의 뿌리와 목질화된 부분만 살아있고 윗부분은 죽지만 봄이 되면 신초가 다시 자랍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던 식물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옥하게 관리하면 빠르게 성장하고 죽어버리므로 최대한 척박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암석정원이나 화단정원의 중앙에 모아심어 포인트 식재로 사용하면 잘 어울립니다.
- 식재환경 : 양지의 척박하고 건조한 곳
- 번식 : 종자번식, 꺾꽂이

6. 개느삼 Echinosophora koreensis (Nakai) Nakai [특산식물, 희귀식물(위기종 EN)]
햇볕이 잘 드는 산지 능선에서 자라는 개느삼은 낙엽활엽관목으로 5월이 되면 노란색의 꽃이 핍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개느삼은 콩과 식물로 키가 1m 내외로 자라고, 땅속줄기가 뻗어나가며 번식하여 종자 결실은 어려운 편입니다. 반음지나 음지에서는 줄기가 웃자라고 수세가 점점 약해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척박지에서도 잘 자라나 적절한 시비 관리를 해주면 생육상태가 더 좋아지며, 내한성과 내건성이 강해 정원소재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 식재환경 : 양지의 습윤하고 배수성이 좋은 사질양토
- 번식 : 꺾꽂이
8.꿀풀
9.눈개쑥부쟁이
10.땅나리
11.절굿대
12.층꽃나무
13.개느삼
우리 꽃으로 만드는 화단정원
14. 우리 꽃으로 만드는 화단정원
(①톱풀, ②냉초, ③마타리, ④좀개미취, ⑤절굿대, ⑥개느삼, ⑦층꽃나무, ⑧꿀풀, ⑨하늘나리)
1. 전면부 식물
화단의 앞부분에는 키가 작거나 땅으로 낮게 퍼지며 자라는 식물을 심거나 관상 가치가 높은 잎을 가진 식물을 심어줍니다. 식재할 때 식물은 단독식재 하기보다는 작은 군락을 반복 식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2. 후면부 식물
화단의 뒤편에는 관목이나 상록성의 목본 식물, 키가 큰 초화류 등을 이용하여 중심을 잡아줍니다. 강한 형태의 꽃이나 잎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끄는 식물은 화단의 뒤쪽에 배치하여 포인트 식재를 하고, 중간부에는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부드러운 형태의 식물을 심어주어 전면부와 자연스럽게 연결을 해줍니다. 식물의 형태적 특성 외에도 고약한 냄새를 가지고 있거나 가시가 있는 식물, 독성이 있는 식물은 동선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뒤편에 식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문헌>
국립수목원. 2017. 우리꽃 정원식물 관리매뉴얼. 임파컴
수목원정원연구센터
연구원 이경연     임업연구사 이경미     임업연구관 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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