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추운 겨울에도 바쁘게 살아가는 만병초
-만병초 잎은 몇 도부터 잎이 말리기 시작할까?
어느 날 수목원에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수목원을 관람한 후 ‘겨울에 만병초 잎이 말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죽은 것인가요? 아니면 추워서 그런 것인가요? 잎이 몇 도가 되어야 말리나요?’ 등 통화를 하면서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었지만.... 만병초의 잎이 몇 도부터 말리는지에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과연 만병초 잎은 몇 도부터 잎이 말리기 시작할까요?
먼저, 국립수목원 내 전시원에는 만병초원과 희귀·특산식물보존원에 만병초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만병초원은 우리나라 높은 산에서 자생하는 만병초를 비롯하여 외국에서 도입된 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있지만, 희귀·특산식물보존원의 울릉도분원은 자생 만병초를 포함한 울릉도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록 활엽수인 만병초는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잎으로 광합성을 할 수 있어 영양분이나 에너지 이용에 유리하지만, 온도에 따른 동해 피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월동 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엽각(잎과 줄기가 이룬 각도)을 변화시키거나, 잎 말림 현상을 일으켜 강한 직사광선을 피하거나 증산작용을 줄이는 형태적 적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Nilsen, 1987, 1992; Wang et al., 2008).
이러한 특징이 전시원 내 만병초에서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울릉도 분원에 식재된 자생 만병초와 선행 연구 결과를 비교하며 관찰해보았습니다. 울릉도분원에서만 관찰을 진행한 이유는 선행 연구에서 각각의 만병초 품종마다 온도에 따른 엽각과 잎 말림의 변화에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울릉도분원 내에서 9개체의 만병초를 관찰한 결과, -10℃의 온도에서 모든 만병초가 엽각과 잎 말림이 최대였으며, 이는 –10℃에서 최대로 말린다는 이병철(2011)의 연구 결과와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5℃부터 잎이 거의 다 펴졌다고 언급한 결과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직접 관찰한 기간 동안 최저기온 –10℃에서 최고온도 6.7℃까지의 온도변화가 있었고, 만병초 잎은 온도 증감에 따라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9개체의 만병초 중에서 4개체는 거의 다 펴졌지만, 3개체는 반 정도만 펴지고, 나머지 2개체는 계속 말려 있어 차이를 보였습니다.
직접 관찰했을 때 잎 말림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온도는 -2℃ 이하부터였습니다. 이병철(2011)의 연구에서는 온도가 –1℃, Nilsen(1987, 1992)은 –2℃에서 –5℃ 이하의 저온에서 반응하여 10-20분 정도 지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19. 만병초마다 온도에 따른 잎의 변화가 다른 모습 (촬영 당시 온도 4.6℃)
전시원의 경우 교목층과 여러 가지 환경 요소로 인해 생성된 그늘의 영향으로 햇빛이 비치는 구역과 안 비치는 구역의 만병초 잎 변화, 각 구역의 온도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햇빛의 유무에 따라서 만병초 잎의 표면 온도도 다를 것이라고 예상되며, 이는 만병초가 잎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것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병초를 포함한 식물에 대한 생리,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는데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자연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관심을 가진다면 언젠가 그 섭리를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신사분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어 만병초에 대하여 알아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전시원의 만병초는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며 봄에 새싹을, 그리고 여름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이병철, 김성민, 정효성, 심이성. 2011. 국내 자생종 및 도입종 만병초의 내한성과 관련된 형태 및 생리적 변화.
한국원예학회 원예과학기술지 29(6), 561-567.
2. Nilsen, E.T. 1987. Influence of water relations and temperature on leaf movements of Rhododendron species.
Plant Physiol. 83:607-612.
3. Nilsen, E.T. 1992. Thermonastic leaf movements: A synthesis of research with Rhododendron. Bot. J. Linn. Soc. 110:205-233.
4. Wang, X., R. Arora, H.T. Horner, and S.L. Krebs. 2008. Structural adaptations in overwintering leaves of thermonastic and
non-thermonastic Rhododendron species. J. Amer. Soc. Hort. Sci. 133:768-776.
수목원과
연구원 이수호, 김보라, 채해용, 임선미 임업연구사 윤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