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에서 만나는
산림 곤충이야기
숲 속의 성가신 방해자, 눈초파리
등산을 하거나 숲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나타나 눈 주변을 맴돌며 귀찮게 하는 파리들. 이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항상 손으로 휘저어 쫓아내며 궁금해합니다. 도대체 이 파리들은 정체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온 걸까?
파리는 전체 곤충 95만 종 중 16만 종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분류군입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집파리나 검정파리 외에도, 다른 곤충에 기생하는 기생파리, 벌과 비슷하게 생긴 꽃등에, 뛰어난 사냥꾼인 파리매 등 그 종류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다양합니다(Fig.1). 이번엔 그 중에서도, 눈 주위를 날아다니며 가끔은 눈에 앉기도 하는 눈초파리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Fig.1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다양한 파리들 (A: 동애등에과 sp., B: 울릉파리매, C: 중국별뚱보기생파리, D: 꼬마꽃등에,
E: 노랑털재니등에, F: Dexiomimops rufipes, G: 수중다리꽃등에, H: 호리꽃등에)
눈초파리란?
‘눈초파리’는 특정 종이나 분류군을 정확하게 지칭하는 말이 아니고 파리목(Diptera) 초파리과(Drosophilidae) 투구초파리아과(Steganinae)에 포함되어 있는 두 개 속 Amiota와 Phortica에 속하는 일부 종들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용어입니다. 이들이 사람의 눈 주위를 날아다니는 초파리이기 때문입니다. Amiota는 까만 몸통을 바탕으로 옆가슴에 두 개의 하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Phortica는 복부에 무늬가 있고 홑눈 강모 앞에 미세한 털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Fig.2A-E).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눈초파리는 Amiota 7종, Phortica 2종이지만 일본이나 중국 등 주변국에 알려진 종 수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종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국립수목원 곤충분류연구실에서 5종류 이상을 채집하여 분류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Fig.2 A, B: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Amiota 중 한 종; C-E: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Phortica 중 한 종
눈초파리의 생활사
눈초파리는 보통 나무 수액이나 곰팡이 등을 먹으며 그 근처에 알을 낳습니다. 이들이 어떤 생활사를 가지고 알에서부터 구더기,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지 자세한 것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알려진 생활사 중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성충이 눈물을 섭식하는 특성(Lachryphagy)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Fig.5). 이것이 눈초파리가 우리의 눈에 달라붙는 이유입니다. 눈초파리 이외에 다른 파리들, 벌이나 나비에서도 이러한 섭식 특성을 보여주는 종류가 많이 있는데 단백질이나 나트륨 이온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Fig.3 눈물을 먹는 벌과 눈초파리(Hymenoptera: Pariotrigona klossi;
Diptera: Apsiphortica longiciliata, Phortica pseudotau, Phortica sp.; figures from Banziger et al 2009)
눈초파리와 동양안충
Phortica의 일부 종들은 국내외에서 동양안충의 중간 숙주로 알려져 있습니다(Fig.4). 동양안충은 선충의 일종으로 눈초파리의 몸 속에서 3령 유충의 상태로 있다가 눈초파리가 최종숙주의 눈에 앉으면 주둥이를 통해 최종숙주의 눈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성체가 되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게 됩니다. 새롭게 태어난 동양안충의 1령 유충은 또 다른 눈초파리가 왔을 때 다시 주둥이를 통해 눈초파리의 몸속으로 들어가 3령까지 성장합니다. 동양안충은 이 순환을 반복하며 중간숙주와 최종숙주 사이를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늑대와 너구리 등의 야생동물, 개나 고양이 등의 가축, 심지어 사람에게도 감염되어 동양안충증을 일으킵니다. 매우 드물게 국내에서도 사람에 대한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동양안충에 감염되었을 경우 심한 이물감이 느껴지며 결막염이나 과도한 눈물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심각할 경우 궤양이나 시각 장애가 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Fig.4 눈초파리의 입에서 나오는 동양안충(왼쪽; figure from Otranto et al 2005),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동양안충(오른쪽; figure from Lebon et al 2019)
또 다른 눈초파리, Cryptochetidae
눈으로 다가오는 파리는 Amiota와 Phortica뿐만이 아닙니다. 초파리만큼 작지만 광택이 나는 짙은 파란색을 띠고 있으며 두 더듬이를 치켜세우고 날아다니는 파리가 있는데, 바로 Cryptochetidae라는 파리입니다(Fig.5). 이들은 초파리과(Drosophilidae)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불리는 명칭인 ‘눈초파리’에는 사실 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현재 국립수목원에서는 형태학적,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Fig.5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Cryptochetidae 중 한 종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전문연구원 최정환, 박용환, 신영민, 김무성, 김수경, 강준영 임업연구사 김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