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 VOL.138
전시원이
들려주는 이야기
계절을 착각한 봄꽃
 
  계절은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전시원은 뜻밖의 봄소식을 맞이했습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4일이나 지났지만 전시원 곳곳에는 계절을 잊은 듯한 봄꽃들이 꽃망울을 퍼트렸는데요. 때아닌 봄 풍경에 관람객들도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 추운 겨울에 웬 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개나리나 철쭉에서 간혹 나타나며 싹이 이상 발육하여 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 개화하는 현상을 불시개화(不時開化, unseasonable flowering)라고 합니다. 불시개화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겨울철 봄과 비슷한 온난한 기온입니다. 수목원은 10월 들어 최저 –2.8℃의 반짝 추위가 찾아온 7일간을 제외하고는 11월 초까지 낮 최고기온이 20℃를 웃돌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 이후 고온현상을 보이면서 식물들이 봄이 왔다고 착각을 한 듯합니다. 11월 초, 낙엽이 진 전시원 사이로 개나리의 꽃봉오리가 하나둘씩 파열되기 시작한 후, 이제는 멀리서도 개나리의 노란 꽃무리가 제법 돋보입니다.
돌나물과수집원 앞 개나리 개화
개나리 개화(관상수원)
  돌나물과수집원과 전시원 곳곳을 노랗게 물들인 개나리를 시작으로 희귀,특산식물 보존원의 미선나무와 산철쭉, 키작은나무언덕의 풍년화 그리고 라일락원의 개회나무까지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수생식물원
희귀,특산식물 보존원
미선나무 개화(2021.11.12.)
희귀,특산식물 보존원 산철쭉
산철쭉 개화
산철쭉 개화(2021.11.18.)
개회나무(2021.11.18)
Syringa×chinensis(2021.11.12)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왜 전시원의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우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식물마다 저온요구량과 개화에 이르는데 필요한 고온요구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꽃눈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내생휴면(endodormancy)에 들어가게 되는데 휴면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는 저온요구도(chilling requirement)는 식물 종별로 다릅니다. 만약 휴면심도(dormancy depth)가 저온요구도에 이르면 꽃눈은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식물마다 개화에 필요한 적정온도가 다르기에 내생휴면이 해제되더라도 외부 온도가 맞지 않으면 날씨가 아무리 따뜻해도 모두 꽃을 피우지는 못합니다.
  만개한 풍년화와는 달리 식물진화속을걷는정원의 산수유와 히어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아직도 준비단계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아직 추운 탓에 외투를 벗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산수유 꽃눈 파열(식물진화속을걷는정원)
히어리 꽃눈 파열(키작은나무언덕)
꽃눈 파열(2021.11.18)
  갑작스러운 봄꽃 개화로 매번 짧아서 아쉬워했던 봄을 잠시나마 다시 느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이런 일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태풍이 지나고 종종 일어나는 자연현상일 뿐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원에서는 2차 개화 현상이 무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합니다. 2022년 봄에 미개화와 결실률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봄 꽃소식을 기대하면서 전시원에서는 지속적으로 개화 모니터링을 수행할 계획입니다.
2차 개화식물 위치도
<참고문헌>

1. 김진희, 이은정, & 윤진일. (2013). 동네예보와 생물계절모형을 이용한 봄꽃개화일 예측.
Korea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rest Meteorology, 15(1), 40-49.

2. 김선희, 성주한. (2014). 『개화모니터링 매뉴얼』. 국립산림과학원

3. 이호승, 김진희, & 윤진일. (2014). 최근의 봄꽃 개화 추이와 2014 년 개화시기의 혼란.
Korea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rest Meteorology, 16(4), 396-402.

전시교육연구과
연구원 김보라 양지우 우성원 이수호 김가은 김효성 김현철
임업연구사 김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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