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생물종
광릉을 품은 곤충들
광릉왕맵시방아벌레
이름(학명 포함)에 ‘광릉’이 들어간 곤충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광릉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이름에 ‘광릉’을 갖게 되었는데요.
어떤 곤충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된 광릉숲. 조선시대 왕실림 지정 이후 560여 년 동안 자연림으로 보전되어 온 이곳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곤충 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인데요, 현재까지 3천 9백 종이 넘는 곤충들이 기록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 기록된 곤충 종의 수가 19,110종인 것을 감안하면(박 등, 2021) 국내 곤충 종의 무려 20퍼센트 이상이 광릉숲에 분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중 광릉에서 처음으로 채집되어 신종이나 미기록종으로 학계에 발표된 종들도 많은데요.
이번 산림생물종에 소개할 곤충들은 이렇게 학계에 보고된 종들 중 이름(학명 포함)에 ‘광릉’이 들어간 곤충들입니다.
[이름에 ‘광릉’이 들어간 곤충 목록]
Coleoptera 딱정벌레목
1. Cryptocephalus (Cryptocephalus) luridipennis pallescens Kraatz, 1879 광릉잎벌레
2. Platypus koryoensis (Murayama, 1930) 광릉긴나무좀
3. Xyleborinus kwangreungensis Park & Smith, 2020 민들홈길쭉나무좀
4. Cryptalaus yamato (Nakane, 1957) 광릉왕맵시방아벌레
5. Eblisia coreana (Ôhara & Paik, 1998) 광릉긴풍뎅이붙이
6. Sericania koryoensis Murayama, 1935 광릉다색우단풍뎅이
7. Basitrodes myrmecophilus Nomura & Lee, 1993 광릉애개미사돈
8. Bryaxis kimjongkuki Nomura & Lee, 1993 광릉들개미사돈
9. Bryaxis leechanyoungi Nomura & Lee, 1993 너도광릉들개미사돈
Diptera 파리목
10. Rheotanytarsus kwangnungensis Ree, 1989 광릉유장부깔따구
11. Toxorhynchites (Toxorhynchites) christophi (Portschinsky, 1884) 광릉왕모기
12. Hirtodrosophila kangi (Okada & Lee, 1961) 광릉톱니등초파리
13. Leucophenga sorii Kang, Lee & Bahng, 1965 광릉황금초파리
14. Mycodrosophila planipalpis Kang, Lee & Bahng, 1966 광릉버섯초파리
15. Haematopota koryoensis (Shiraki, 1932) 광릉등에
16. Acidiella issikii (Shiraki, 1933) 광릉과실파리
Hemiptera 노린재목
17. Megoura nigra Lee, 2002 광릉볼록진딧물
18. Arboridia (Arboridia) agrillacea (Anufriev, 1969) 광릉애매미충
Hymenoptera 벌목
19. Leluthia honshuensis Belokobylskij & Maeto, 2006 광릉유리알락하늘소살이고치벌
20. Pauesia (Pauesia) gwangleungensis Starý, 2001 (국명 없음)
21. Cerceris koryo Tsuneki, 1961 광릉노래기벌
22. Chrysocharis amyite (Walker, 1839) 광릉민좀벌
23. Hoplismenus infulatus Kusigemati, 1988 광릉맵시벌
24. Pamphilius rhoae Shinohara, 1988 광릉납작잎벌
25. Siobla venusta apicalis Takeuchi, 1929 광릉홍허리잎벌
Lepidoptera 나비목
26. Culladia dentilinealis Hampson, 1919 광릉풀명나방
27. Encolapta subtegulifera (Ponomarenko, 1994) 광릉상수리뿔나방
28. Eupsilia silla Kononenko & Ahn, 1998 광릉무지개밤나방
29. Eudarcia gwangneungensis Roh & Byun, 2019 굵은두줄좀나방붙이
30. Acleris kodamai Yasuda, 1965 광릉살이잎말이나방
31. Olethreutes cacuminana (Kennel, 1901) 광릉애기잎말이나방
위의 목록을 참고하면, ‘광릉’이라는 이름을 갖는 곤충은 무려 31종이나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글 이름인 ‘국명(Korean name)’에 ‘광릉’이 들어간 곤충은 28종,
라틴어에 기초해 이름 지어진 ‘학명(Scientific name)’에 ‘광릉(kwangreung, kwangnung, gwangneung, gwangleung)’이 들어간 곤충은 4종이 있으며,
국명과 학명에 모두 ‘광릉’이 들어간 종은 광릉유장부깔따구 1종이 있습니다.
이름 속에 ‘광릉을 품은’ 광릉숲을 대표하는 이들 곤충 중 여섯 종을 대표로 소개합니다.
광릉긴나무좀 Platypus koryoensis (Murayama, 1930)
긴나무좀과(Platypodidae)에 속하는 광릉긴나무좀은 유사한 다른 종들에 비해 몸 크기가 비교적 큰 편으로 5㎜에 가깝습니다 (사진 1).
1929년 한 일본인 학자가 광릉숲 일대를 조사하던 중 졸참나무(Quercus serrata)와 서어나무(Carpinus laxiflora)에서 각각 200여 마리 내외의 개체를 발견하였고,
이들을 기준으로 1930년 신종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광릉긴나무좀’이라는 국명은 본 종의 모식표본(사진 2)에 근거해 국내 학자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을 것이나 정확한 시점이나 학자의 이름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종은 참나무시들음병의 매개충으로 알려져 있으며(Hong et al., 2006), 나무껍질부터 나무 중심부 쪽으로 관통하며
가해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양질의 목재 생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사진 2.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 중인 광릉산 모식표본
ⓒ 박상욱
광릉왕맵시방아벌레 Cryptalaus yamato (Nakane, 1957)
2017년 국립수목원 연구진은 서어나무에서 월동중인 새로운 곤충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일본 특산종으로 알려져 있던 왕맵시방아벌레류가 그 주인공이었지요.
연구진은 이 곤충의 이름에 ‘광릉’을 붙여 주었습니다(Choi et al., 2019).
이렇게 국내에 처음 보고된 광릉왕맵시방아벌레는 왕빗살방아벌레보다 몸집이 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종으로도 기록되었습니다(사진 3).
이 곤충은 유충기에 나무 속에서 살아가며 산림 해충인 하늘소류 및 비단벌레류의 애벌레를 잡아먹는 천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3. 광릉왕맵시방아벌레 ⓒ 최익제
광릉왕모기 Toxorhynchites (Toxorhynchites) christophi (Portschinsky, 1884)
이름은 ‘모기’지만 ‘모기 잡는 모기’라고 들어보셨나요?
모기과(Culicidae) ‘왕모기속(Toxorhynchites)’에 속하는 ‘광릉왕모기’는 유충 시기에 모기의 유충을 포함한 미소 저서무척추동물을 잡아먹고 자랍니다 (사진 4).
숲모기가 사는 환경과 유사한 장소(예: 나무 그루터기, 폐타이어, 작은 물웅덩이 등)에 서식하며
유충 한 마리가 하루에 약 26마리의 다른 모기 유충을 잡아먹을 수 있어 숲모기 방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환경부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한국환경산업기술원, 2017).
게다가 성충이 되면 흡혈하지 않고 꽃꿀 등을 먹고 지내기 때문에 화분매개곤충의 역할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실로 인류에게 유익한 곤충입니다.
국내에서는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어 국명에 ‘광릉’이 부여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진 4. 광릉왕모기 ⓒ 김일권
광릉볼록진딧물 Megoura nigra Lee, 2002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2002년. ‘광릉’ 이름이 들어간 새로운 진딧물이 학계에 발표됩니다.
그 주인공은 콩과 식물 중 연리갈퀴(Vicia venosa)라는 식물을 흡즙하던 ‘광릉볼록진딧물’이었지요 (사진 5).
진딧물 치고는 3㎜이상의 중대형 종으로 체색은 검은색에 가까운 빛을 띠기에 ‘흑색’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nigra’를 사용한 학명이 부여되었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우리나라 고유종이기에 현재는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사진 5. 광릉볼록진딧물 슬라이드 표본 ⓒ 이승환 표본, 이민호 촬영
민들홈길쭉나무좀 Xyleborinus kwangreungensis Park & Smith, 2020
광릉산 표본을 모식표본(Holotype: 신종 발표시 기준으로 삼는 표본)으로하여 학명에 ‘광릉’을 부여한 또 다른 예입니다 (사진 6).
민들홈길쭉나무좀은 암브로시아균을 배양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브로시아나무좀(Xyleborinus saxesenii)’과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는 종입니다.
신종 발표 이후 현재까지는 아직 자세한 생태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무좀류는 주요한 산림 및 농림해충이므로 이들의 분류와 생태 연구는 산림자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본 종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보이며 국내 분포는 경기도 광릉 일대 외에도 강원도 양양, 전남 해남의 분포가 확인되었습니다.
사진 6. 민들홈길쭉나무좀 ⓒ 박상욱
굵은두줄좀나방붙이 Eudarcia gwangneungensis Roh & Byun, 2019
광릉에서 발견되어 신종으로 보고된 굵은두줄좀나방붙이는 학명에 ‘광릉’이 들어간 사례입니다 (사진 7).
곡식좀나방붙이과(Meessiidae)라는 미소나방류에 속하는 종으로 ‘산림곤충자원 통합분류체계 구축 연구’ 수행을 위해 광릉숲 곤충상을 조사하던 중 확인되었습니다.
이 종은 날개를 다 편 너비가 6.1~6.7㎜ 밖에 안될 정도로 몸이 매우 작으며, 날개에 검은비늘줄과 연노랑비늘줄 무늬가 뚜렷합니다.
아직까지 광릉숲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진 7. 굵은두줄좀나방붙이 ⓒ 노승진
국립수목원의 곤충연구자들은 지금도 광릉숲의 곤충들을 조사하고 보존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또 다른 ‘신종’ 또는 ‘미기록종’이 발견될 수도 있을테고, 그러면 이름에 ‘광릉’이 들어간 곤충이 늘어나게 될 수 있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광릉숲의 생물다양성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 그나마 기록이 있던 ‘광릉’ 곤충들도 사라질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광릉숲의 600년, 그리고 그 이상의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 곤충자원 뿐 아니라 산림생물다양성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이유가 또 한 가지 늘어만 갑니다.
□ 참고문헌
Hong KJ, Kwon YD, Park SW and Lyu DP. 2006. Platypus koryoensis (Murayama) (Platypodidae; Coleoptera), the vector of oak wilt disease.
Korean Journal of Applied Entomology 45: 113-117.
Choi IJ, Lee SG, Suzuki W, Choi S and Lee J. 2019. Taxonomic review of the predatory genus Cryptalaus Ôhira (Coleoptera: Elateridae)
from Korea with a new record of C. yamato (Nakane), Journal of Asia-Pacific Biodiversity 12: 223-230.
Murayama J. 1930. Révisions des Ipides et des Platypides de Corée. Journal of the Chosen Natural History Society 11: 6-38.
Roh SJ, Park SW, Smith SM, Cognato AI and Beaver RA. 2020. Catalogue of Korean Xyleborine ambrosia beetles (Coleoptera: Curculionidae: Scolytinae)
with seven new species, Journal of Asia-Pacific Biodiversity 13: 210-228.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보도자료, 2017. ‘모기 잡는 모기’로 지카․뎅기 예방한다.
글쓴이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임업연구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