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홈으로

이전호 보기

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산림생물연구
12 2013 산림생물연구
손성원 / 산림자원보존과 임업연구사
  • 아고산대 희귀식물 설앵초의 유전다양성과 지리적 분화
    • 설앵초의 분포

      한

      반도의 고산지역에 적응한 식물들은 플라이스토세 (Pleistocene eriod) 빙하기 동안 극지 주변으로부터 유입되어 한반도에 넓게 확산 분포하게 되었으나, 홀로세 (Holocene period)에 들어서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지역이 난·온대 식생으로 대체되면서 소멸되었고 이 중 일부는 아고산 지역을 피난처(refugia)로 격리분포하게 되었다(Kong, 2002; Kong and Watts, 1993). 이처럼 아고산대에 잔존한 일부 식물 종들은 좁은 지역에 격리분포됨으로써 적응과정을 통해 새로운 분류군으로 종분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 중 많은 종 또는 집단들은 제한된 개체수와 생육지 및 개체군 분획화(fragmentation) 과정을 겪고 있으므로 향후 기후 변화가 진행될수록 멸종 및 멸절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Ceriani et al., 2009).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진화역사를 가진 다양한 식물들이 있으며 그 한 예가 설앵초(Primula farinosa subsp. modesta (Bisset & Moore) Pax.)이다. 설앵초는 앵초과(Prim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데 특히 장주화(pin type)와 단주화(thrum type)로 구성된 이형화주(heterostyly)성 교배양식으로서, 같은 형태끼리는 자가불화합성(self-incompatibility) 기작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근친교배를 억제하고 적절한 유전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McKee and Richards, 1998; Richards, 2002). 하지만 한반도에 분포하는 설앵초(Primula farinosa subsp. modesta (Bisset & Moore) Pax.) 집단은 주로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을 포함한 남동부 지역 아고산지대와 제주도의 한라산 아고산 지역에 고립되어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지리산과 덕유산에는 현재 소수의 개체들만 암석지를 피난처 삼아 잔존해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설앵초 자생지의 대부분이 접근이 쉽거나 등산로를 따라 쉽게 노출됨으로서 답압과 남채 등 인위적인 교란의 위협이 증가되고 있으며, 또한 자생지 특성상 기후변화에 의한 식생 천이의 가속화로 대부분의 집단이 분획화 되거나 자생지 교란과 함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설앵초(꽃)

      설앵초(열매)

      이처럼 한반도의 남부지역 아고산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희귀식물 설앵초의 유전 다양성과 지리적 분화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3지역 6집단 165개체를 대상으로 ISSR (Inter Simple Sequence Repeat)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집단 수준의 유전 다양성의 평균은 (P = 60.62, SI = 0.299, h = 0.190) 유사한 생활사를 갖는 다년생 초본류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이형화주의 특징을 갖는 Primula의 근연 분류군들에 비해서도 다소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Table 1).

      Table 1. Genetic disversity within 6 populations of P. farinosa subsp. modesta

      또한 설앵초 집단 및 지역간의 유전적 분화도 구명을 위해 AMOVA (Analysis of molecular variance)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전체 유전변이 중 약 50%가 지역 간에 분포하는 결과를 보여 종내 지역 간 분화도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Bayesian cluster 분석 결과에서도 K=2와 K=3에서 각각 유전적 구조를 형성하여 지역 간 뚜렷한 유전적 분화 양상이 명확히 확인되었다(Table 2; Fig. 2).

      Table 1. Analysis of molecular variance(AMOVA) from 6 populations of P. farinosa subsp. modesta

      Fig 2.Classification of individuals from 6 populations of P. farinosa subsp. modesta into cluster(K=2, K=3) indentified using the STRUCTURE method(Pritchard et al.,2007). Each vertical var in the histograms represents the proportion of the membership cofficients to the K clusters in each individual.

      식물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과 집단 간 유전적 분화는 교배양식과 더불어 물리 및 생리적 장벽에 의한 유전자 이동(gene flow)의 정도와 개체군 및 개체 수 감소에 의한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등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acquemyn et al., 2004; Wang et al., 2008). 한반도에 분포하는 설앵초 집단은 제주도 한라산 지역과 한반도 남부 일부지역의 1,000m 이상의 아고산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데, 이처럼 아고산지역 산정부나 능선부를 피난처로 제한적으로 분포함으로써 집단 간에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고, 집단 내에서도 주변 식생의 천이와 피압으로 집단은 심각하게 분획화가 되거나 소멸되어 왔으며, 현재에도 계속 진행 중으로 멸절 위기에 처한 상태이다. 따라서 이러한 설앵초의 지사학적 및 진화사로 미루어 볼 때 비록 이형화주의 교배기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앵초 집단에서 관찰되는 낮은 수준의 유전다양성은 현재 이들 식물 집단이 처해 있는 집단의 분획화와 집단 내 제한된 유효 개체수 크기에 기인한 유전적 부동 현상이 원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설앵초 자연집단의 분포 양상으로 인해 인접 집단 간 화분의 제한적 이동과 원활한 종자산포가 어렵기 때문에 유전자 흐름이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설앵초의 지역 간 및 집단 간 높은 유전적 분화를 야기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Yamazaki (2003)은 한반도에 분포하는 설앵초를 엽저의 형태를 근거로 육지형(Primula farinosa subsp. modesta var. koreana Yamazaki)과 제주도형(Primula farinosa subsp. modesta var. hannasanensis (Yamazaki) Yamazaki)으로 구분하여 별개의 변종으로 처리한 바 있는데 본 연구 결과에서도 K=2에서 두 지역 간 명확한 유전적 구조양상을 보여줌으로써 분류학적 처리의 근거 자료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설앵초와 같이 아고산지대에 잔존적으로 격리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들은 현재 심각한 멸종 및 멸절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지사학적 분포 양상을 갖는 대부분의 식물 종은 개체수가 적어 근친교배와 유전적 부동에 의한 유전적 다양성의 감소 등에 의해 개체군 생존능력(population viability)의 저하로 지속적인 개체 수 감소 및 멸절이 우려되며 또한 무분별한 자생지 개발과 남획 등이 더해질 때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 Kong, W. S. and D. Watts. 1993. The plant geography of Korea with an emphasis on the alpine zones. Dordrecht (The Netherlands): Kluwer Academic Publisher.
      • Kong, W. S. 2002. Species Composition and Distribution of Korean Apine Plants.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7: 357-370 (in Korean).
      • Ceriani, R. M., S. Pierce and B. Cerabolini. 2009. The survival strategy of the alpine endemic Primula glaucescens in fundamentally unchanged throughout its climate envelope despite superficial phenotypic variability. Plant Ecology 204:1-10.
      • McKee, J. and A. J. Richards. 1998. The effect of temperature on reproduction in five Primula species. Annals of Botany 82: 359-374.
      • Richards, J. 2002. Primula. New edition. BT Batford, London.
      • Jacquemyn, H., O. Honnay, P. Galbusera and I. Roldán-Ruiz. 2004. Genetic structure of the forest herb Primula elatior in a changing landscape. Mol. Ecol. 13: 211-219.
      • Wang, F. Y., X. J. Ge, X. Gong, C. M. Hu and G. Hao. 2008. Strong Genetic Differentiation of Primula sikkimensis in the East Himalaya-Hengduan Mountains. Biochem. Genet. 46: 75-87.
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