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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유산 답사기]베어질 나무를 위로하는 벌목제
  • 작성일2007-11-29
  • 작성자 북부청 / 홍현정
  • 조회5382
- 서낭당나무를 베지 못하는 이유 -



  지난 가을 우리청과 결연을 맺은 마을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여러 가지 농사일도 도왔지만 그중에서 마을사람들이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해결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산림공무원들이 봉사활동을 나온다고 해서 인지 마을 이장님은 큰 나무 하나를 베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기계톱이야 옆에서 많이 보기도 하였고 가끔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여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베어주기로 하였다.



  봉사당일 좀더 짜임새 있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행사 전 마을을 찾아 갔다. 그런데 이장님이 베어달라는 나무는 상당히 크고 오래된 소나무였고 죽은 지 몇 년이 지나 보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무가 여러 당산나무 중 한 그루였다는 것이다. 그 때서야 마을 이장님이 왜 나무를 베에 달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우리 선조들은 큰나무에 영성(靈性)을 주어 인간과 화합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문화를 키워 왔다. 나무줄기에 톱을 대는 순간 천둥이 울렸다든가, 도끼를 대자 그 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왔다든가, 나뭇가지를 끊었더니 병을 얻었다는 등의 나무끊기(벌목)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실화를 낳고 있다. 그래서 마을주민들도 누가 선뜻 나서서 그 나무를 베겠다고 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청은 베어질 나무를 위로할 벌목제를 준비했다. 벌목제는 우선 개회를 선언한 후 제주가 분향재배하고, 그 다음 강신재배를 하는데 강신이란 신위(神位)께서 강림하시어 음식을 드시기를 청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참신, 초헌, 독축, 아헌, 종헌, 사신, 음복 순으로 진행했다. 벨 나무 앞으로 가서 다시 나무에 백지와 북어를 달아매고 술을 올려 죽음을 앞둔 나무들을 위로하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였다. 이러한 의식을 행한 후에야 마음 놓고 일에 착수할 수 있었다.



  나무 안에 어떤 정신적인 존재가 있고 그것이 인간이 올리는 제주와 제찬에 감응한다는 것을 믿은 우리 민족은 스스로가 자연의 한 구성요소임을 인식한 것이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서 나무 한 그루를 끊을 때에도 그 나무의 용서를 바랐던 것인데, 이런 점은 불교의 생명 존중사상에서 기인한 듯하다. 근래 이유 없이 노거목이 끊어져 나가는 일이 많은데, 나무의 생명마저도 존중하는 조상들의 마음을 이번 벌목제로 이해할 수 있었다.



북부지방산림청 박영일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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