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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문화유산 답사기]나무를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 작성일2007-12-05
  • 작성자 북부청 / 홍현정
  • 조회4639




  김장을 다 하신 어머니께서 김치 몇 통을 주신다고 하셔서 지난 주말 고향집에 다녀왔다. 그런데 대문 옆 복숭아 세 그루가 눈에 띄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모두 1m 높이의 가지에 돌이 끼어 있었다. 어머니의 말씀은 이러했다.



  고향집에는 오래된 밤나무가 있는데 이 밤나무는 밤송이는 많이 달리는데 밤알은 없는 해가 많았다. 그 큰 나무에서 1년에 밤을 따 보아야 한 바가지가 되지 않았고 그것도 알이 작아 제사에 쓰기 어려웠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 이런 얘기를 하자 동네 어르신께서 나무를 시집보내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올 봄에 밤나무에 돌을 끼어 넣었는데 이상하게도 밤이 많이 열렸으며, 알맹이도 커서 다 모으니 한말이나 되었다고 하셨다. 또 감나무에도 똑 같이 하셨는데 예년에 비해 감도 많이 달려서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년에는 복숭아도 많이 달리라고 복숭아 3그루에 모두 돌을 끼어 놓으신 거라고......



  이처럼 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등 유실수의 벌어진 가지 틈에 돌이 끼어 넣는 것이 나무를 시집보내는 우리의 고유 풍습이라고 한다. 대부분 설날이나 정월대보름에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데, 나무를 여성으로 보아 Y자형 가지에 갸름한 양석(陽石)을 박아줌으로써 성교를 유감시켜 그 결과로 많은 수확을 기대하였던 것으로 나무를 인간화한 대표적인 민간신앙이라고 한다. 특히 제수용품인 이들 유실수들이 해거리를 하여 결실이 시원치 않은 해를 대비해서 이러한 민속이 생겼다.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에 감이나, 밤, 대추를 올릴 수 없는 불효를 대비하기 위해서 이 같은 양석을 유실수의 벌어진 가지에 박아 많은 수확을 기대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나무에 대한 우리조상의 풍습이나 습관은 독특하고 유별났으며 정감어린 것이었다.



  잠시 후 어머니께서 밤을 가지고 오신다. 할머니에게 잘 가지 않고 아직 어리기만 해 떼를 많이 쓰는 손자에게 맛있는 것을 주기 위해서다. 다음 달에 오면 항아리에 넣어둔 맛있는 감도 주시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면서 꼭 껴안으시는 모습. 먼 거리도 아닌데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러울 뿐이다. 어머님은 나무를 시집보낼 때 아마 오랜만에 찾아올 손자를 생각하셨을 것이다.



인제국유림관리소 정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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