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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나무의 사랑
  • 입상자명 : 박예슬
  • 입상회차 : 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창밖을 내다보거나, 공원을 거닐거나, 아무 생각없이 길을 다닐 때 언제나 변하지 않는 미소로 반겨주는 나무는 흔하게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나무에 대한 나의 감정은 씩씩한 우리집의 포도나무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다.
4년 전인가... 식목일날, 우리 가족은 작은 포도나무를 우리 아파트 바로 앞에 심었다. 잘 자라나지 못하고 얼마 안 가 죽을 것만 같았던 나무는 내 생각을 저버리고 정말 씩씩하고 힘차게 자라주었다.
봄엔 푸른가지가 돋아나고 여름엔 탐스러운 포도열매를 맺어주며, 가을엔 분위기 나는 잎으로 변신해 주었다.
겨울엔 너무 추워, 나무도 추워서 얼마 못 견디다 이번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번 날 감동시킨 나무는 그 추운 겨울에 옷도 하나 입지 않은 채로 앙상한 나뭇가지를 내보이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꿋꿋이 살아 주었다.
그 뒤로도 사계절을 아니, 그 후로도 지금가지 계속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주는 나무....
물도 제대로 한 번 먹여주지 못하고, 눈길 한 번도 따스히 건네주지도 않았는데 끄떡없다는 듯 으쓱해보이는 포도나무를 보며 많은 걸 깨달았다.
나무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를 사랑하며 바라보며 지켜준다는 걸... 지금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무도, 나도 같이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무에게 아직까지 한 번도 사랑을 준 적이 없다. 나무는 그렇게 많은 사랑을 주었는데도...
태양을 피해 나무그늘로 오면, 열을 식혀주고 입으로 시원한 바람도 불어준다.
또한, 우리가 질리지 않게 나무는 한 계절에 한번씩 네 번을 꼭 옷을 갈아입는다. 봄엔 노란색, 여름엔 초록색, 가을엔 붉은색... 이렇게 갈아입다가 바보같이 그 추운 겨울엔 아예 옷을 벗어버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나무처럼 나무는 아낌없이 모든 걸 준다. 가끔 내가 기대기 위해 나무에게 다가서면 말없이 가만히 등을 내밀어 기대게 해준다.
어쩌면, 나무는 바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무는 하나도 받지 못할 거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는지..."
나무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산다. 많은 사람이 죽고 난 후에도 끝까지 그 허전한 세상을 지키기 위해 산다.
마지막까지 베풀기 위해서 아무도, 나무에게 잘했다고 고맙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나무는 사람과 세상을 지킨다.
지구가 신음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발 숨 좀 쉬게 해달라고, 그럴 때마다 나무는 조금이라도 지구가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아프지 않게 청결한 산소를 공급해준다.
나무는 한 번 땅에 뿌리를 내리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절대 변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착한 사랑을 한다.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공기를 내뿜는 나무는 단 1분 1초도 쉬지 않고 나를 미소짓게 한다.
한때, 내가 너무 아픈 날이 있었다. 너무 아파서 공원에 올라가 마음을 달랜 적이 있다. 나무는 가만히 날 내려다보며 괜찮을 거라고 잘될 거라고 따뜻한 한 마디 대신에 신선한 바람을 내게 선사했다. 너무 더워 짜증나 나무 아래 몸을 가누면 나무는 편히 쉬다 가라는 듯, 태양을 내쫓고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었다.
이렇듯, 나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기만 하는 선물이 된다. 나무를 꺽지 않고 흉을 내지 않는 것외에 난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는데....
비가 많이 와 홍수가 나도 나무들은 일심동체해서 그 거센 홍수를 막아준다.
나무가 푸른 빛을 낼 때 눈을 그곳에 가져다두면 우리의 눈을 한층 맑게 해준다. 기꺼이 우리를 위해 종이, 여러 목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제 와, 미련스럽게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우린 우릴 위해 이렇게 희생적으로 사랑을 베푸는 나무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건네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나무를 보호해줘야 한다. 그 미련한 나무는 남을 위해 사랑할 줄 알았지, 베풀 줄만 알지, 아플 줄만 알지, 자신의 몸은 어찌되든 상관안하니까 말이다.
나무는 언제나 한결같다. 절대 우리 사람처럼 화내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는다. 다만 나무는 언제나 기쁘고 언제나 웃는다.
지난날을 회상해보면 내가 나무를 많이 아낄 줄 몰랐다. 나뭇가지를 꺽고 아무렇지 않게 발로 차기도 하고, 쓰러져가는 나무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나의 옛모습.
1년 365일, 한달 31일, 일주일 7일, 하루 24시간, 한시간 60분, 1분 1초... 한 번도 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아마 세상에서 어떤 사랑 못지 않게 크고 깊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우리 집의 나무로 된 바닥도 이젠 너무도 고마운 나무로 생각하며 살것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 나도 나무를 사랑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나무는 태어나서 첫사랑이 우리 사람들일 테니까, 나의 마지막 사랑은 나무로 햐야겠다. 마지막엔 날 그토록 사랑해주던, 아껴주던, 한없이 베풀어주던 나무를 사랑해야겠다.
한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베풀었던, 아니, 지금도 베풀고 있는 나무를 사랑한다. 우린 서로를 너무 사랑한다. 그 바보 같은 나무가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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