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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자연의 느낌과 그 여운
  • 입상자명 : 장세은
  • 입상회차 : 3회
  • 소속 : 청소년부
  • 장르 : 청소년부 글쓰기
우리 집에서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타고 30분만 가면 크고 작은 산들을 지나 백운산 기슭의 백운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하게 된다. 가족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가볼까' 해서 간곳이었지만 난 거기서 무한한 감흥을 느꼈다. 어찌 보면 단순히 산 속을 거닐다 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별게 아닌 것 같지만, 학교를 집삼아 사는 고등학생의 입장이다 보니 교실이 아닌 탁트인 초록의 공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항상 분필가루를 먹던 나였던지라 휴양림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공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들이 마쉴수록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랄까. 그 자리에서 심호흡하고 하고는 차분한 마음으로 부신 눈을 찡그리며 산을 둘러보았다. 아기자기한 이름모를 풀들에서 서양화에나 나올 법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까지 정말 다양한 식물들이 많이 있었다.
이런 다양한 풀들과 시원스레 뻗은 나무들 사이로 걷는 길을 정말 감동적이었다. 분명 찌는 듯한 더위였는데도 숲으로 들어가자 사그락거리는 시원한 살랑바람이 불었다. 입으로 '사그라악 사그라악'하는 소리를 내며 뒷짐을 지고는 살풋살풋 걸어보았다. 왜 그곳이 휴양림인지 그렇게 걸으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면서 동시에 초록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붕숭아물 듯 물들어가는 느낌. 머리카락, 얼굴, 양손, 발끝까지 푸른 빛이 감도는 청명감에 휩싸여 나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상기된 표정으로 빼액 빼액 울어대는 매미소리도 느끼지 못 한 채 나무를, 바람을 느꼈다. 한참을 이 세상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헤매고 있던 나를 다시 불러들인 건 평소에 동경해 마지않던 작은 통나무집들이었다.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갑자기 흥분한 나는 시선을 그곳에 빼앗긴 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약간 뾰족한 빨간 지붕에 부드럽게 결이 나 있는 황갈색의 통나무집.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이 모두 하늘을 향해 말 그대로 쭉! 쭉! 뻗어 있어서 나는 한순간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노란 길을 따라 들어가다 도착한 숲속의 통나무 집 앞에 와 있다는 착각을 했다.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가족들의 계속되는 재촉에 아쉬운 감이 계속 남아 통나무집이 점이 될 때까지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어쩐지 시무룩해진 내 앞에 나타난 건 '오즈의 마접사'의 노란 길이 아닌 빨간 황톳길이었다. 그곳의 설명에 따르면 1km정도라고 햇는데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발을 씻는 곳이 있어서 가족 모두 신발을 벗고 발을 씻은 후 황톳길을 따라 걸었다. 흙을 밟는 감촉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고는 예전에 미쳐 몰랐었다. 정말 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부드럽고 약간 서늘한 감촉에 지금껏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던 나는 땅만 보고 걷게 되었다. 평소에 벌레만 보면 소릴 질렀던 내가 발밑의 조그마한 개미가 귀여워 보일 정도로 나는 그 길에, 숲에 동화되어 갔다. 한참을 걷자 팔아 약간 파르르 떨릴 정도로 한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산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고 했던가? 일부러 늑장 부리며 느긋느긋 걷던 우리 갖고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30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별 보며 집에 돌아오던 생활의 반복 속에서 목이 조여지는 나를 모른 체하고 앞만 보고 왔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등교길에는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서둘러 가고 빨리 자고 싶은 생각에 반쯤 감은눈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던 하교길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비록 15분, 20분이기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볼 걸, 상쾌한 아침공기를 조금 느껴볼 걸, 잘 모르지만 별자리를 찾아보며집에 돌아올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양림에서 반나절 동안 자연을 느끼는 여유를 배웠다. 그래서 다녀온 뒤부터는 아침에 조금 일찍 나와 천천히 걸으면서 가로수들을 세어보거나 조금 옆으로 빠져 잔디길을 걸어본다든가 하게 되었다. 아침의 5분 동안의 여유가 그 동안의 정신없던 내 쳇바퀴 생활을 조금은 느긋하게 바라보게 해 주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머릿속을 정리한다는 핑계로 휴양림에 다녀와서 입시에만 소홀해 졌다고. 하지만 절대 아니다.
나는 그 반나절 동안의 시간이 없었다면 너무 뻣뻣하게 긴장하여 바람이 불었을 때 스스로 이기지 못해 부러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반나절의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나는 갈대처럼 바람결에 따라 유연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자연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나를 180도 달라지게 만들다니... 휴양림에 다녀온지 꽤 많은 날들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감각들을 잊을수가 없다.
그런 기회가 학교에서 어설프게 다녀오는 소풍 외에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생소하고 감동적이고 여운이 오래 남는지 모르겠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10년 동안 변하던 강산은 몇 달만에 휙휙 변해버리게 되었다. 뒷산이 골프장이 되고 집 앞의 강은 출입금지구역이 되어버렸다. 전에 같았으면 좀 삭막하긴 하지만 다 편하게 살자고 하는 일이니 좋게 받아들이자 했겠지만 자연을 느껴본 지금은 절대로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베어져 가는 나무 하나하나가 너무 안타깝고 점점 탁해지는 공기에 가슴이 막힌다. 나에게 이 모든 것들을 막을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몇번이나 생각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 세월이 흘러 자연을 모르고 큰 아이들마이 존재하는 세상이 온다면 세상은 더욱 삭막해지고 모두의 목과 어깨가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질지 모른다. 다행히 자연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려는 사람들의 활동이 늘고 있고, 정부도 점차 친환경적 개발을 확장시켜 가고 있으니 이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개발은 해야 한다. 개발을 하면 환경이 파괴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이 세가지의 말이 지금처럴 모순되어 부딪치지 말고 조화되게끔 바뀐다면 그때 우리는 매시간, 분, 초마다 서늘하게 사그락거리는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년이나 10년 뒤에 만약 내가 환경보호를 외치며 시민단체 활동을 하게 되어 누군가 그 동기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잠깐 느꼈던 자연의 여운 때문입니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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