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풍혈지역 전국 분포조사를 통해 149개소에 대한 풍혈지역 분포 보고가 1926년에 이미 이루어졌으며(일제강점기인 1926년 10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함북 7개소, 함북 7개소, 함남 14개소, 강원 16개소, 경북 15개소, 전남 16개소 등 149개소의 풍혈지역이 전국에 골고루 산재되어 있음이 보도되었다), 그 중 남한지역에 54개소가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풍혈지역은 산림내 생물자원의 유전자 공급원(gene pool)으로 산림생물다양성의 유지 및 보전을 위해 시급히 보호하여야 하는 매우 중요한 ‘생물다양성 핵심지역’으로 가치의 재평가가 필요하다.
풍혈(風穴, air-hole)지역은 산림내 분포하는 애추, 암괴원 등의 바위틈에서 여름철에 찬공기가 나오고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지역을 말하며, 국소적으로는 특이 기후환경을 형성하는 지역(바람구멍 또는 바람굴)이다. 일반적으로 빙혈(氷穴, ice hole) 또는 얼음골(ice valley)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풍혈지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로 받으며 고산 및 아고산 지역에 분포하는 식물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북방계 희귀식물은 대부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해발 1,000m 이상 지역에 자생지가 있어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한 식물이다. 고산 및 아고산 지역에 분포하는 개느삼, 월귤, 정향나무, 주목, 마가목, 분비나무, 눈측백 등은 해발이 낮은 지역에서는 자생할 수 없는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여름철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는 풍혈지역의 미세기후환경 특성에 의해 격리된 자생지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 방내리 풍혈에는 월귤, 큰연령초, 도깨비부채 등 우리나라 희귀식물과 민둥인가목, 주저리고사리 등 고산성 식물군락이 분포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상록활엽관목인 월귤(Vaccinium vitis-idaea L.)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해발 1,400m 이상인 설악산 능선부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곳 해발 500m 내외의 방내리 풍혈지는 국지적으로 고산성 미세기후환경이 유지되어 월귤 자생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의 보존사업’을 통한 풍혈지역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주요 풍혈지역 25개소 환경특성조사를 실시하였으며, 풍혈지역에 분포하는 주요 산림식물 100종에 대한 생물계절학적 모니터링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총 365종의 식물(목본 168종, 초본 197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분비나무, 눈측백, 땃두릅나무, 털댕강나무 등 북방계식물 24종, 산개나리, 월귤, 복사앵도나무, 한들고사리, 공작고사리 등 희귀식물 19종, 꼬리말발도리, 노각나무, 지리산오갈피, 산개나리 등 특산식물 15종 등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풍혈지역에 위치한 산림식물 자생지의 급격한 쇠퇴현상이 조사되었으며,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 현상과 함께 인위 적인 간섭 및 교란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성, 진안 등 일부 풍혈지역에서는 인위적으로 바람구멍(풍혈)을 막아 인근지역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 자생지가 이미 훼손되었고, 제천, 정선 등 일부 풍혈지역에 자생하는 북방계 식물은 남획에 의해 자생지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금번 25개 풍혈지역에 대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을 통하여 ‘산림생물다양성 핵심지역’인 풍혈지역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며 우리나라 산림생물다양성 유지 및 보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또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 잠재풍혈지역 선발, 정밀 식생조사, 관리방안 작성 등을 수행하여 체계적인 풍혈지역 관리를 수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