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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나무와 잣나무 이야기
김용환 숲해설가와 떠나는 소나무와 잣나무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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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은 침엽수원, 이제 막 겨울을 벗어난 지금 수목원에서 가장 푸르른 곳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분들에게 우리나라의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와 잣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국립수목원 침엽수원
먼저 소나무입니다.
세계 각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중국에는 버드나무, 캐나다는 단풍나무, 유럽은 올리브나무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이 땅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소나무와 인연을 맺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삼칠일동안 사람들의 출입을 금하려고 솔가지를 끼워 금줄을 치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자라고, 소나무로 만든 생활도구와 농기구를 사용하고, 또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소나무 관에 들어 소나무산에 묻혔으니 이런 생활을 '소나무 문화'라 하는 것입니다.
소나무
소나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집을 짓는 건축재, 배를 만드는 조선재이고 또 생활도자기와 소금을 구워내는 연료였음은 물론이고, 흉년에 주린 배를 채워준 구황식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소나무는 농경사회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명자원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소나무를 보호하는 여러 정책이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금산과 봉산제도입니다. 궁궐을 짓는데 필요한 소나무 재목이 부족하여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 금산과 봉산을 지정하여 소나무 벌채를 금하고, 이를 어긴 백성들은 아주 엄한 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소나무는 언제부터 이 땅에 자라고 있었을까요? 소나무의 화석을 통해 추측해본 결과 약 6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렇 듯 오랫동안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숲의 천이 과정으로 인한 자연적 쇠퇴현상이고, 하나는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입니다.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극양수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모든 산에서는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성장하여 소나무가 자라는 공간을 빼앗고, 결국 소나무들은 산꼭대기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소나무 특성상 활엽수 그늘 밑에서는 살아 갈 수 없고, 낙엽부식물위에서는 씨앗을 싹틔울 수 없어 점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위협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입니다. 학자들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이 땅에 소나무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평균기온이 1ºC 상승하는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절반이상이 부적합지역이 되고, 평균기온이 2ºC 상승하는 2100년이 되면 우리나라 산림의 7%만이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지역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잣나무 지금 이곳에 아주 키가 큰 나무는 잣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침엽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잣나무와 소나무는 서로 대비되는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잣나무는 강한 햇빛을 피하여 주로 깊은 계곡에서 자라고 기후가 한랭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특징이 있어,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 일부에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에만 집중적으로 분포합니다. 잣나무의 학명 'Pinus Koraiansis Siebold & Zucc.' 이 나무가 한국의 나무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기까지 적어도 12년이 걸립고, 꽃이 피어 잣 열매가 결실하는 데는 또 2년이 필요합니다. 가을이 되면 손바닥만한 크기의 타원형 잣송이가 열리는데 잣송이 속에는 일그러진 세모꼴모양의 잣이 약 100개쯤 들어 있습니다. 잣나무 열매인 잣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만큼 그 영양가와 약효를 높이 쳤습니다. 특히 중국인들은 옛날부터 신라의 잣을 제일로 쳐서 우리나라 잣나무를 '신라송', 잣을 '신라송자'라고 부를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으며, 신라에서 당나라로 간 유학생들은 잣을 팔아서 학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합니다.
잣은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이고 영양가도 풍부해, 비타민B와 필수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잣을 대표적인 자양강장제로 쓰는데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잣을 늘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불로장수하며 조금만 먹어도 되므로 죽을 만들어 늘 복용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 대표 침엽수인 소나무와 잣나무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푸르름과 꿋꿋한 기상으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나무이고 잣나무는 모든 열매 중 가장 뛰어난 영양으로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나무들이 베푸는 고마움을 늘 잊고 살아갑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고마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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