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인 친구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정원이라며 소개해주었던 베스샤토정원을 부푼 가슴을 안고서 방문하였다. 영국 의 전형적인 부슬비가 내리고 구름이 잔뜩 낀 날에 방문한 정원이었지만 날씨와는 상관없이 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울한 날씨가 자주 있는 영국에서 정원문화가 활성화 된 이유는 날씨 때문에 잔뜩 가라앉은 기분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을 보며 힐링하고자 하는 영국인들의 바램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보기도 한다.
베스샤토정원은 여성가드너인 베스 샤토가 60여년 간 가꾼 정원으로 정성과 마음을 다해 공들여 조성한 정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세심한 식재계획과 디자인을 볼 수 있다. 베스 샤토는 오랜 시간동안 정원을 가꾸며 자신만의 원칙인 '장소에 맞는 적합한 식물을 심는다(The Right Plant for The Right Place)'라는 철학을 가지고 1960년에 정원을 조성하였다. 이 곳은 6,000여평의 규모로 자갈정원(Gravel garden), 스크리정원(Scree garden), 수정원(Water garden), 습지정원 (Reservoir garden), 산림정원(Woodland garden), 육묘장(Nursery)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정원이 위치한 곳인 에식스(Essex)지역은 영국의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가 가장 적게 오고 건조한 지역이다. 베스 샤토는 이러한 자연환경을 배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용하여 이 정원의 가장 대표적인 자갈정원(Gravel garden)을 조성하였다. 자갈정원이 조성된 곳은 토양이 척박하여 25년 동안 주차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식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인공관수를 전혀 하지 않는 자갈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을 가꾸며 오랜 경험과 실험을 거쳐 자연강수량만으로도 생육할 수 있는 내건성이 우수한 식물만을 선정하여 드라이가든(Dry garden)의 개념을 적용하여 이곳을 조성하였다. 매년 자갈멀칭과 고사한 식물을 교체해주고 잡초제거 등의 최소한의 관리만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자연환경 그대로를 이용하려 했던 베스 샤토의 철학이 가장 잘 묻어나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삭막해 보이기만 한 자갈 밭에 식물들이 건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베스 샤토가 이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심혈을 기울였을지 알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정원으로 작은 자갈들을 가지고 만든 스크리가든(Scree garden)은 자갈정원과 달리 알파인 식물 위주로 식재되어 있으며 에식스지역의 평평한 지형적 특성을 따라 화단도 평평하게 조성되어있다.
네 개의 큰 연못으로 이루어진 수정원(Water garden)은 도랑을 막아서 만든 곳으로 습한 곳을 좋아하는 영국의 북부와 서부에서 자생하고 있는 식물을 위주로 조성되어 있다. 늦가을에 방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잡초하나 자라지 않은 파란잔디는 정원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관엽식물로 아름답게 연출한 산림정원(Woodland garden)은 정원을 만들기 전부터 기존의 참나무들이 무성했던 숲 속에 오솔길을 만들어 조성하였다. 오솔길을 걸으며 땅에 무수히 떨어진 많은 도토리들을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다양한 식물을 수집하고 원예종으로 개발하고 증식하는 나라는 많이 있지만 자생식물을 약용으로든 식용으로든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육묘장(Nursery)은 2,000여종이 넘는 식물을 재배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습지, 수생, 건조지역 등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구획되어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각 식물마다 학명과 형태적, 생육적 특성을 표기해 놓고 있어 방문객에게 자신의 정원의 환경에 맞는 식물을 손쉽게 고를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이곳은 척박한 자갈이 많고 무성하게 식물이 자라는 습지가 있는 지역으로 식물을 키우기에 적 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베스 샤토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원을 디자인하고 적합한 식물을 끊임없는 연구와 경험을 통하여 길러내 지금의 자연경관을 그대로 이용한 정원을 조성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화단을 구획별로 구분하고 계절별, 지역별로 분류한 화단을 구성하여 여러 개로 나눈 뒤 각 화단 마다 다른 주제로 식물을 식재하는 방법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기도 하였다. 이에 이 곳은 많은 방문객들이 그녀의 정원을 방문하여 디자인, 식물 식재 등 자신의 집의 환경에 맞는 정원을 조성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 국립수목원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인 광릉숲과 하나되는 전시원의 모습을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하고 적지에 맞는 식물을 이용하고자 한 베스 샤토의 정원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