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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탐방스토리
2 2015  탐방스토리
DMZ자생식물원 연수생 공아영, 김영실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 DMZ 편지... 그녀들이 전하는 2월 DMZ 편지
    • 수없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겨울날 오후에는 옆자리 애랑 같이 내기하며 놀았다. 그것은 이런 식으로 하는 내기다. 창문 밖에서 풀풀 나는 눈송이 속에서 각자가 하나씩 눈송이를 뽑는다.…그애가 뽑은 눈송이가 어느 것인지 나는 도대체 모르지만 하여튼 제 것을 따라간다.//……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 집중시키고 따라가야 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나는 한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났다. 아직도 눈보라 속 여전히 그 눈송이는 지상에 안 닿아 있다.// 일본 시인 사이토 마리코가 한국어로 쓴 시 '눈보라'의 한 구절입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은희경 작가가 작년에 출간된 소설집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지요. 똑같이 생긴 눈의 결정체는 결코 없다고 물리학자들이 이야기하듯 식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형태학적으로 '공유형질'을 지니고, 생물학적으로 '생식적 격리'가 뒤따르는 개체들을 묶어 '종'의 단위로 취급하나 개체들만의 고유성은 언제나 존재하니 말입니다. 이는 '종'과 '개체' 사이의 오묘한 거리를 재단하는 식물분류학자들의 화두이기도 하지요. 자연의 섭리처럼 사람의 인생 또한 각자의 특성을 품고 있기 마련입니다. '눈보라' 속 어느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다 보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인연'말이지요 새해와 함께 DMZ자생식물원에는 연수생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여학생 두 명이 눈송이처럼 도착하였습니다. 2월 DMZ편지에서는 그녀들의 눈으로 바라본 이곳 풍경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 공아영씨가 바라 본 DMZ겨울풍경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공아영이라고 합니다. 지난 12월 29일 처음 DMZ자생식물원에 인턴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바람이 느껴졌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 마다 너무 공기가 맑아서 몇 번이고 제자리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맑은 공기와 멋진 분지의 모습 그리고 시래기의 고장 이것이 양구의 첫 모습이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국가표준식물종관리시스템에 DMZ자생식물원에 들어온 식물들의 이력을 입력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력관리를 통해서 도입식물 관리 체계를 파악하고 도입 식물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제 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입력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적표찰을 만들게 됩니다. 식물들을 입력하다 보니 수업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식물들의 이름들이 많았습니다. 자생식물들은 평소 꽃 시장 같은 곳에서 보는 꽃들 보다는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화려한 꽃들이 지니지 못한 순수함이 느껴졌습니다. 겨울이고 개원 전이라 이런 아름다운 꽃들을 도감으로만 접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원 전이기 때문에 식물원의 조성 과정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분원장님께서 해주신 DMZ자생식물원 운영전략과 방향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DMZ에 대한 기본 개념과 DMZ자생식물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DMZ자생식물원에서 준비해주신 연수프로그램과 교육을 통해서, 첫 날 양구의 추위처럼 꽁꽁 얼어있던 저희는 이제 나름 양구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서울에 있는 집보다 이곳 숙소가 더 편하고 집 밥보다는 여기서 먹는 밥이 더 맛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양구에서의 생활이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제 인생의 첫 인턴을 양구에서 하게 된 것은 정말 큰 축복이었습니다. 전공지식에 대한 것도 많이 배우지만 소중한 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한 달은 많은 특강과 견학프로그램이 남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자주들을 수 없는 연구사님들의 좋은 강의가 너무나도 기다려집니다. 개강을 하고 나서도 가끔씩 양구가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시래기 된장국으로 양구를 추억해야겠습니다^^ 멋진 양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공아영). ▶ 여대생과 DMZ자생식물원의 오늘

      ▶ 국가표준식물종관리시스템의 이해와 실습 안녕하세요, 서울여자대학교에서 DMZ 자생식물원으로 파견된 실습생 김영실입니다. 제가 식물원에 인턴으로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난 1개월 동안 학교에서 해보지 못했고, 할 수 없을 다양한 일들을 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가표준 식물 종 관리시스템에 800여 종의 식물 정보를 입력한 것입니다. 식물원에서는 채집, 기증, 증식, 구입 및 분양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다양한 식물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합니다. 이 때 관리자 나름대로 규칙이나 방법을 만들어 관리할 수도 있지만, 식물 종 관리 시스템을 통해 일괄적으로 관 리할 수도 있습니다. DMZ 자생식물원에서 채집하거나 기증받은 식물 종의 다양한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그 식물들이 어디에서 수집 되었고 언제 수집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제가 입력한 정보가 어떠한 가치가 있고,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DMZ자생식물원은 개원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인턴인 저도 마찬가지인데, 덕분에 양구에 와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눈이 온 날은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우고 점심이나 저녁 즈음이 되면 다른 분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매주 수요일을 청소하는 날로 정한 이후부터는 함께 청소를 했고, 집에 올라가지 않은 주말에는 식물원의 마스코트, 강아지 만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1월 22일에는 아침고요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같이 수목원에 가신 분들께서 회의를 할 동안 저와 공아영씨는 수목원을 둘러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외국종 식물들이 많이 있었고, 관람할 수 있는 온실이 있어 다양한 화훼류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 아침고요식물원 견학 아침고요수목원의 겨울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합니다. 저녁에 색색깔 조명이 켜지면 별천지에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저는 시간이 늦어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저희를 데려오신 박사님의 배려로 증식온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온실 안에서는 종자를 쪄서 각각 심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단순한 관람객으로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을 때와는 달리 어떠한 방식으로 수목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지 느꼈습니다. DMZ자생식물원은 양구 해안리에 있습니다. 이곳은 펀치볼 시래기로 유명한데, 이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펀치볼의 원래 이름은 해안분지였습니다. 한국 전쟁 때, 종군 기자가 분지를 보고 펀치볼Punch Bowl(샐러드 그릇)과 비슷하다 하여 펀치볼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양구에서 생산되는 시래기는 무를 사용하고 남은 것을 말려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래기를 판매하기 위해 개량된 종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양구는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시래기를 비롯한 모든 작물이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합t니다. 앞으로 학교로 되돌아갈 날까지 1달이 더 남았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특강을 들을 예정입니다. 식물식별, 전시원 식물관리, 국외식물원 사례연구, DMZ의 자연환경 및 식생조사법, 식물증식 및 관리라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식물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부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김영실).

      지난 달 30일, 산림청장님의 방문으로 한껏 손님맞이를 했던 DMZ자생식물원에서 이달 10일에는 더 많은 손님들을 모시고 '준공식'을 개최합니다. 2월 DMZ편지가 누군가에게 도착할 즈음이면 DMZ자생식물원 준공식이 진행 중이거나 막을 내렸겠지요. 그 생생한 풍경은 다음 달 편지에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쯤이면 우리 식물원에도 봄이 서서히 깃들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