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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탐방스토리
9 2014  탐방스토리
신현탁 / 산림자원보존과 임업연구사
허태임, 윤정원, 김상준, 안종빈 / 산림자원보존과 석사후연구원
  • DMZ 편지...대왕산 용늪
    • 마

      타리 꽃과 원추리 꽃 피어난 자리에도, DMZ자생식물원에서 가까운 만대저수지 물빛에도 서서히 가을이 깃들고 있습니다.

      1. DMZ자생식물원 조성 중인 탐방로에 마타리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2. 원추리 암술과 수술 눈 여겨 보셨나요? 검지 까딱이며, 누군가를 부르는 몸짓이죠. DMZ자생식물원의 가을소식 전하는 것만 같아요. /3. DMZ자생식물원에서 내려다보이는 만대저수지. 여름 내 가물더니, 가을비 내린 후에 참방참방합니다.
      여름꽃들이 잔치를 벌이던 기억이 또렷하건만 금세 가을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식물의 열매들이 가무스름하게 영글어가는 모습에서도 가을이 엿보입니다. 자연은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우리 DMZ자생식물원 식구들은 9월에도 분주하기만 합니다. 발맞춰 부지런히 가을식물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곳은 모두 민간인통제구역이고 지뢰매설지역이어서 탐사를 나서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4. DMZ자생식물원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지뢰위험표지판. / 5. 대부분의 입산은 담당 군부대의 안내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 6. 군부대에서 받은 조끼를 갖춰 입고, 안내받은 안전한 길로 열 맞춰 가는 우리 DMZ자생식물원 식구들..
      가을에 만나는 우리 산의 국화과 식물
      산구절초 (국화과, Dendranthema zawadskii)
      가을에 피는 구절초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하리라 생각됩니다. 바위구절초, 한라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10여종의 구절초 식물들이 우리 땅에 자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 DMZ자생식물원 주변에서는 산구절초가 자주 눈에 띕니다. 줄기 위쪽 가지는 갈라지지만, 그 가지 끝에서 한 송이 꽃만 피우는 산구절초를 만나면 청아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 이름처럼 깊은 산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산구절초는 바위구절초와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산구절초는 잎이 깊게 갈라지는 반면, 바위구절초는 얕게 갈라지고 잎을 덮고 있는 백색 털이 특징적이라고는 하나, 분류학적 구분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구절초의 속명에 대한 견해도 학자 간 의견이 분분합니다. 구구절(음력9월9일)에 채취하는 구절초의 약효가 특히나 좋다하여 구절초라 이름 지었다고도 하나, 구절초 무리는 꽃 피기 전(양력 9월 전) 약효가 좋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구구절이 양력 10월 경임을 감안한다면, 구구절 국화꽃부침개에서 가장 돋보였던 꽃이 구절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산구절초 추출물은 숙취해소 및 항산화 활성에 탁월한 효능을 지었다고 하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눈물의 시인'이라 불리는 박용래 시인의 시 [구절초]를 가만히 읽어봅니다.
      [구절초]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구절초 메디메디 나부끼는 사랑아/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지천으로 피는 사랑아/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여름 모자 차양이 숨어있는 꽃/단추구멍에 달아도
머리핀에 꽂아도 좋을 사랑아/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불이/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메디메디 눈물 비친 사랑아
      개미취 (국화과, Aster tataricus)
      개미취 국화과 식물들 가운데 "취"가 들어가는 식물 은 나물로 그만입니다. 참취, 미역취, 각시 취, 수리취.... 이번에 소개드리는 개미취도 빠질 수 없겠죠. 이른 봄 어린순으로 우리 입 맛을 감동시켰다면, 가을에는 개미취 덕분 에 운치가 제법입니다. 특히나 높은 고개가 많은 이곳 강원도에서는요. 개미취는 8월부 터 10월까지 꽃을 피워 가을을 알립니다. 가지 끝이나 원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달리는 꽃은 한두 개체에 매달린 것보다도 무리지어 있을 때 더 예뻐 보입니다. 사진에서와 같이 DMZ 일대는 곳곳이 철책선이지만, 그 자리 마다 우리 식물들이 함께 합니다. 개미취의 근연종으로 전국의 산야에서 또는 꾸며놓은 화단에서 쉽게 만나는 벌개미취가 있습니다.
      각시취 (국화과, Saussurea pulchella)
      각시취
      산 중턱 양지 바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각시취는 이름마냥 꽃 핀 자태가 곱습니다. 두해살이식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순은 나물로 이용됩니다. 전초를 작게 육종한다면, 화단용 원예식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근연종인 큰각시취는 줄기에 지느러미 같은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각시취 무리는 우리나라에 4종이 더 보고되어 있습니다.
      가을에 만나는 우리 산의 희귀·특산식물
      금강초롱꽃 (초롱꽃과, Hanabusaya asiatica) 취약종(VU), 특산식물
      금강초롱꽃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고산에서만 사는 특산식물입니다. 이 귀한 식물을 여기에서 는 자주 만납니다. 덕분에 우리 DMZ자생 식물원이 위치한 강원도 양구는 금강초롱꽃 을 심벌로 이용합니다. 이름처럼 산 속에서 초롱불을 드리우는 듯한 금강초롱꽃은 8월 중순 경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10월경 에 열매를 맺습니다. 본래 보라색의 꽃을 피 우지만, 사는 환경에 따라 색이 옅어지기도 합니다. 보랏빛 없이 오직 순백인 종을 흰금 강초롱꽃(H. asiatica f. alba)으로 인식 하기도 하지만, 국제 학계에서는 금강초롱 꽃과 동일한 종으로 분류합니다. 사진 속 금강초롱꽃은 DMZ식물원 근처 '광치령'에서 담았습니다. 광치령 일대 금강초롱꽃 자생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매우 건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할 예정입니다.
      참배암차즈기 (꿀풀과, Salvia chanryoenica) 특산식물
      참배암차즈기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참배암차즈기는 꽃이 핀 모양이 영락없이 뱀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암술대 가 길게 나오기 때문에 마치 뱀이 혀를 날름거릴 것만 같지요. 8월 말부터 이맘때 노란꽃을 피우며 바삐 열매 맺을 준비를 합니 다. 이곳 주변 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이 식물의 현지 외 보전방안으로 저희는 증식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하로 기는 줄기가 왕 성하여 분주로 번식이 가능하거니와 꿀풀과 식물의 특성 상 종자 파종 후 이듬해 발아도 기대해 봅니다. 위협에 처해 있는 이곳 식물 들을 알리고 보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DMZ자생식물원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역할이겠 지요.
      과남풀 (용담과, Gentiana triflora var. japonica) 희귀식물(LC), 약관심종
      과남풀
      가을하늘빛을 꼭 빼닮은 과남풀 꽃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합니다. 왼쪽 사진은 자생지에서, 오른쪽은 우리 DMZ자생 식물원에서 자라는 모습입니다. 용담과 식물로, 잎은 마주나기하고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톤을 넘길 때쯤 꽃을 피웁니다. 이내 맺힐 열매는 삭과로, 영글면 벌어집니다. 산지의 습지나 다소 습한 토지에서 잘 자라는데, 자생지 확인 및 현지 내외 보전이 절실한 관심종입니다.
      [가을의 소원]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안도현 시인의 [가을의 소원]이라는 시처럼 적막의 내부에서 고즈넉한 가을을 맘껏 누리고 싶은 때입니다. 하지만 이 땅의 식물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막바지 꽃을 피우고 부지런히 열매를 맺느라 분주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DMZ 식구들도 식물들의 생태에 발을 맞추어야 하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산등성이와 산비탈, 그리고 계곡 등지에서 살아가는 식물들과 부지런히 눈을 맞추고 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깊어가는 가을처럼 세상의 식물을 보는 우리의 눈도 깊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