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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소식지 Webzine

테마기획
9 2014  테마기획
이충미 / 산림교육강사
김지혜 / 전시교육과 석사후연구원
  •   국립수목원 산새탐험 프로그램. 토요일에 놀러 오실 때는 산새탐험을 해보세요!...
    • 광

      릉숲의 가을은 무엇으로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하늘을 "클락 클락" 하며 날아가는 까막딱다구리의 소리와 숲의 투명한 공기를 깨고 나무를 두드리는 드러밍(drumming) 소리가 광릉숲에 가을이 찾아왔다고 알리는 것 같지요. 그리고 날이 가고 다양한 새들의 노래가 숲에 퍼질 즈음엔 광릉숲엔 생명의 활기로 충만함이 넘칩니다.

      광릉숲
      토요일 2시부터 진행되는 국립수목원의 '산새 탐험' 프로그램을 따라 새들을 만나는 경험은 자연의 감동과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일 것입니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의 일부로 다양한 동, 식물의 삶의 터전이랍니다. 광릉숲이 540년이 넘게 조선시대 왕림으로 보호되며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천연림으로 보전되었고, 이후 우리나라 산림연구의 터전으로써 지금의 국립수목원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광릉숲에는 우리나라 동, 식물의 사분의 일이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더구나 2010년에 유네스코의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지요. 이에 국립수목원은 아름답고 소중한 광릉숲을 관리, 보전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광릉숲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휴양과 소중한 우리의 숲을 이해하고, 환경 보전에 관심을 높이는 교육 등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생물다양성의 지표를 새의 다양함으로 말하기도 하듯이 광릉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새들을 만나는 '산새 탐험'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이 듭니다.
      새를 만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새들을 찾고,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며 즐거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모든 생물은 우리와 모습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은 달라도 우리와 같은 생명임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새를 만나기전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기로 해요.
      국립수목원은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동, 식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죠. 하지만 규칙들을 지킬 때 우리도, 다른 생명들도 안전할 수 있답니다.
      • 같이 간 선생님과 함께 행동하기
      • 스스로 관찰할 땐 너무 멀리 가거나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지 말기
      • 어디서 관찰을 하던 동,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말기
      특히 새를 만나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행동이 필요하답니다. 새들이 있는 곳에선 조용히, 발걸음도 조심, 너무 가까이 가지 말기로 해요.
      새가 놀라 날아간답니다. 새들은 우리보다 눈이 굉장히 좋고, 작은 소리도 금방 알아차리죠. 우리가 조심할수록 여러 새들을 만날 수 있어요.
      조용히하기/산새 설명하기
      우리가 조심해야할 규칙을 마음에 새기고, 멀리서도 새를 볼 수 있는 쌍안경과 새를 더 잘 알게 해줄 도감이 준비되면 새를 찾아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준비 끝~ 쌍안경과 도감이 없어도 걱정은 말아요. 수목원의 쌍안경과 선생님이 준비한 사진이 있답니다.
      자, 이제 정말 새를 만나러 떠나보기로 해요.
      탐험시작
      쌍안경을 처음 다룰 땐 연습이 필요해요.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배우고, 움직이지 않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연습도 해보고요. 그럼 익숙해질 겸 수목원 입구 다리에서 물에 있는 물새들을 찾아볼까요.
       다리 위 물새관찰
      산새에 비해 움직임이 적고, 숨어있지 않아 처음 보기에 쉬워요. 한쪽 다리로 서 있는 왜가리, 물고기를 노리고 꼼짝 않고 참을성 있게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대백로, 아름다운 원앙들이 시원스레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멀리 있는 새들이 눈앞에 커다랗게 보이는 것이 참 신기하지요.
      수목원 안쪽에서 어서 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듯 "삐이익, 삐이익~" 요란한 소리가 들려 서둘러 들어가니, 참새보단 크고, 비둘기보단 작은 회색 깃털의 새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소리를 지르고 있어요. 덩달아 매미들도 비명을 질러요. 매미 사냥의 일인자 '직박구리'였네요. 한바탕의 소란스러움이 지나가고 다시 평화가 온 듯 다양한 매미들의 늦은 노래가 숲을 채우네요. 직박구리는 어디서나 잘 살아가는 새라 우리주변에서도 쉽게 만나는 새랍니다. 처음 보는 새라구요?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을 실감할 거예요.
      광릉숲 멋진 소나무가 있는 오솔길을 따라 새를 찾다 보면 만나는 곤충들, 환하게 피어 눈길을 끄는 나리꽃들, 소나무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 이렇게 새를 따라 가는 여행이 주는 여유와 느림을 즐겨보는 것도 새 탐험의 즐거움이죠. 그렇게 가다보면 솔씨와 잣을 좋아하는 작은 새들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산새관찰/꽃잎 관찰
      정말 우리의 발걸음에 놀라 작은 새들 여러 마리가 후루룩 날아올랐다, 다시 내려앉네요. 딱새 어린새들이네요. 아직 엄마, 아빠새처럼 멋진 깃을 갖진 못했지만 이제 엄마새를 떠나 용감하게 독립을 했나봐요. 스스로 먹이를 찾고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하네요. 멀리 가지 않고 오랫동안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끼이익, 끼이익~ 톡톡, 톡톡" 쉿,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 소리를 기억하면 다른 곳에서 같은 소리를 들었을 때 새를 만나기가 더 쉬어진답니다. 누군가, 조용히 "딱따구리다!"하고 외치고 모두 일제히 딱따구리를 찾습니다. 처음엔 안보였는데 서로서로 알려주며 모두 딱따구리의 행동을 쫓아 하나가 되어 지켜보는 모습은 온전한 몰입의 순간이었어요. 참새보다 조금 크고, 검은 등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쇠딱다구리'가 줄기에 세로로 매달려 부리로 톡톡 두드리며 오르고 있어요. 다시 팔짝 날아오르더니 가지 아래쪽에 매달려 뭔가를 발견했는지 "톡톡톡" 나무를 파고 있네요.
       까막딱따구리
      어슬렁거리는 까치, 알록달록 귀여운 곤줄박이는 바닥에 잣을 주워 가지에 앉더니 발가락에 잣을 끼우곤 딱딱한 잣껍질을 까느라 연신 부리로 두드려대는 모습이 야무져 보이고, 너무 더운지 가지 끝에 앉아 부리를 벌리고 혀까지 내밀어 더위를 식히는 직박구리의 모습은 웃기기도 하고, 연못에서 막 목욕을 마친 박새의 깃 다듬기는 꼼꼼하기가 대단하네요. 모습은 달라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에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먹이를 문 곤줄박이/오목눈이
      수생원에 도착해서 벤치에 앉아 수생원 연못을 가득 채운 수련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연못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들이 서로 이리저리 관계를 맺고 있듯이, 새들을 따라 떠난 짧은 여행을 하며 만났던 많은 곤충들, 식물들 모두가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어떤 생명도 홀로 살아가지 못하지요. 새를 따라 가며 만난 모든 생명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살아감을, 그 생명의 그물 안에 우리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 지를 잠시 생각해봅니다.
      모두가 오늘 만난 새들을 떠올려보고,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순간을 얘기 나눠봅니다. 쇠딱따구리가 벌레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의외로 꼬마 참가자들에겐 까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너무나 흔하고 자주 볼 수 있어 특별할 것 없다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자주 보고 알던 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추억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산새 프로그램의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새를 통해 자연의 질서와 조화, 생명의 기쁨을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을 국립수목원을 찾는 많은 방문객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공원, 산, 우리 주위 어느 곳이라도 새를 만난다면 새의 노래에 귀기울여보세요. 새의 아름다운 노래를 따라가면 어떤 기쁨과 충만함이 느껴진답니다. 그것만으로도 생명이 주는 기쁨을 알 수 있는 것이죠.